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일개미와 병정개미의 차이를 만드는 후생유전학적 원리



(Minor (left) and Major (right) C. floridanus workers. Typically, Minor workers perform the vast majority of foraging, while Major workers defend the nest from intruders and rarely forage for food. Credit: Riley Graham)


 개미는 대표적인 사회적 곤충으로 저신의 역할에 따라 같은 유전자가 같은 개체끼리도 병정개미나 일개미처럼 역할에 따라 형태와 크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과학자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연구해왔습니다. 펜실베니아 대학 페럴만 의대 (Perelman School of Medicine at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과학자들은 DNA 염기서열이 아니라 화학 구조에 영향을 줘 발현을 조절하는 후생유전학(epigenetics)적 메카니즘을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풀로리다 왕개미 의 병정개미와 일개미의 역할을 바꾸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병정개미는 덩치가 크고 둥지를 방어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일개미는 크기가 작은 대신 먹이를 찾으러 둥지를 떠나는 큰 차이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진) 하지만 사실 두 개체는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행동의 차이는 유전자가 아니라 유전자를 컨트롤 하는 다른 요인에 의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CoRest라는 신경 억제 단백질을 이용해 성체가 된지 5일 이내의 병정개미가 최장 10일까지 일개미처럼 행동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 과정에 관여하는 더 구체적인 신호 과정을 규명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원인이 되는 것은 DNA가 감싸고 있는 히스톤의 탈아세틸화 억제제 histone deacetylase inhibito인 trichostatin A (TSA)라는 물질입니다. 이 물질은 일개미와 일개미로 다시 재설정된 병정개미에서만 활성화됩니다. 즉 후생유전학적 기전으로 같은 유전자를 지닌 애벌레가 일개미가 되거나 병정개미가 되는 것입니다. 


 생물은 유전자에 따라 개미가 되거나 사람이 되지만, 잘 바뀌지 않는 유전자만으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후생유전학적 기전은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염기서열 자체의 변화 없이도 다양한 형질 발현이 가능하게 만듭니다. 과학자들은 이 자연의 놀라운 능력이 어떤 기전으로 작동하는지 하나씩 밝혀내고 있습니다. 


 참고


 Molecular Cell, Glastad et al. "Epigenetic regulator CoRest controls social behavior in ants." https://www.cell.com/molecular-cell/fulltext/S1097-2765(19)30790-7 , DOI: 10.1016/j.molcel.2019.10.012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