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ers from the Goldbogen Lab place a suction-cup tag on a blue whale in Monterey Bay. Credit: Goldbogen Lab/Duke Marine Robotics and Remote Sensing Lab; NMFS Permit 16111)
(Illustration depicting how the blue whale's heart rate slowed and quickened as it dove, fed and surfaced. Credit: Alex Boersma)
과학자들이 지구에서 가장 큰 생물체인 대왕고래 (흰긴수염고래, blue whale)의 심박동수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큰 동물일수록 심박동수가 느립니다. 심장이 커진다고 근육의 수축 속도가 빨라지지 않는데다 상대적으로 대사율도 느려져 빨리 펌프질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왕고래의 심박동수가 포유류 가운데 가장 느릴 것으로 예측할 순 있지만,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불가능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생물을 잡아서 심박수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물론 센서를 부착하는 일 역시 매우 어려웠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제레미 골드보겐 교수(Jeremy Goldbogen, assistant professor of biology in the School of Humanities Sciences at Stanford)와 그의 동료들은 거의 미친 것 같은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바로 살아있는 대왕고래에 사람이 수작업을 센서를 부착해 다양한 상황에서 심박수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두꺼운 피부를 통해 심박음을 측정하면서 일정 기간 동안 대왕 고래 피부에 붙어 있어야 하는 센서를 개발한다 해도 거대한 대왕고래에 센서를 직접 가서 부착하는 일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일을 결국 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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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서 놀라운 일은 예상보다도 30-50% 정도 심박동수가 느릴 뿐 아니라 변동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대왕고래는 먹이 사냥을 위해 잠수할 때는 심박동수를 분당 4회로 줄여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데 심한 경우 분당 2회까지 줄어들기도 합니다. 잠수 후 크릴 등을 흡입하는 과정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심박동수는 8회 정도로 증가합니다. 한번에 엄청난 양의 물과 크릴을 흡입한 후 이를 내보내는 과정은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 충분히 먹고 나면 다시 물위로 떠올라 숨을 쉬는데, 놀랍게도 이 과정에서 가장 심박동수가 빠르게 증가해 분당 30-35회로 증가합니다. 빠르게 산소를 보충하기 위한 것으로 오히려 숨쉬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심박동수가 느려져도 생존이 가능한 이유입니다. 연구팀은 거대한 심장을 보조할 수 있는 대동맥궁 (aortic arch)의 수축이 그 이유 중 하나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동맥궁은 심장에 연결된 대동맥 입구 부분으로 아치 모양으로 생겼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대동맥은 그냥 피가 통과하는 파이프가 아니라 근육으로 둘러쌓인 장기로 필요시 수축을 통해 혈압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대왕고래에서는 이 기능이 더 극단적으로 진화해 심장의 기능을 보조할 수 있게 혈액을 보관했다가 수축해 몸에 보내는 일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사실 대왕고래의 심장의 극단적인 상황까지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미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더 커지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는 대왕고래가 지구 역사상 가장 큰 동물임을 생각할 때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생물의 진화 능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만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J. A. Goldbogen el al., "Extreme bradycardia and tachycardia in the world's largest animal," PNAS (2019). www.pnas.org/cgi/doi/10.1073/pnas.191427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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