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nfographic shows the various sources of carbon dioxide on Mars and their estimated contribution to Martian atmospheric pressure. Credit: NASA)
화성 테라포밍은 게임이나 SF 소설의 좋은 소재 가운데 하나입니다. 화성은 한 때 표면의 액체 상태의 물이 흘렀던 흔적이 있는데, 고대 화성이 지구처럼 따뜻하고 대기의 압력도 높았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화성의 약한 중력과 미약한 자기장 때문에 대부분의 대기와 물을 잃어 지금처럼 춥고 건조한 행성이 됐습니다. 따라서 화성에 다시 충분한 양의 온실가스를 보충할 수 있다면 다시 화성을 지구와 같은 환경으로 바꿀 수 있을지 모릅니다. 대략 이런 내용의 포스팅을 블로그 초창기에도 했었습니다. 정말 오래 전 일이네요.
물론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거나 혹은 이론적인 가능성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화성 테라포밍은 과학보다는 SF의 영역에 더 가깝지만, 콜로라도 대학의 브루스 자코스키 (Bruce Jakosky of the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와 그의 동료들은 지금까지의 화성 관측 데이터를 종합해 그 가능성을 검증했습니다. 그 결과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현재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화성이 지구처럼 온도가 따뜻하고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정도로 압력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필요합니다.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공급원은 양 극지방에 있는 거대한 드라이아이스입니다. 이 드라이아이스를 모두 기체로 만들면 화성 대기 압력은 지금의 두 배가 되지만, 그래도 지구 대기압의 1.2%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로는 테라포밍은 불가능합니다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공급원은 화성의 모래와 광물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입니다. 지구와 마찬가지로 화성 역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탄산염 등의 형태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가능한 모든 자원에서 이산화탄소를 모두 추출할 수 있다고 해도 여전히 6.9% 정도로 지구 같은 환경을 만들기에는 부족합니다.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가스를 인위적으로 화성 대기에 주입하는 것입니다. 이 역시 SF물이나 화성 테라포밍에서 나오는 단골 주제지만, 의미 있는 농도의 온실가스를 주입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산업 설비가 필요합니다. 역시 지금 현재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대안은 이산화탄소와 물을 대량으로 가진 혜성을 화성에 충돌시키는 것이지만, 이 역시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해서는 엄청난 양이 필요합니다.
물론 연구팀은 현재 과학기술 수준이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테라포밍이 현재로써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죠. 100년, 200년 후 인류 문명이 사라지지 않고 지금보다 더 번성하게 된다면 부족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아마도 우주로 진출하게 될 것입니다. 과연 과거 조상들이 21세기에 세웠던 화성 개척 프로젝트를 이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해집니다.
참고
Bruce M. Jakosky et al. Inventory of CO2 available for terraforming Mars, Nature Astronomy (2018). DOI: 10.1038/s41550-018-05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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