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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룡류 (Pelycosaur) 이야기 (3) - 디메트로돈의 돛



(Dimetrodon incisivum, Sphenacodontidae; Permian, Texas, USA; Staatliches Museum für Naturkunde Karlsruhe, Germany.

(Restoration of D. giganhomogenes with exposed neural spine tips. Nobu Tamura)


 디메트로돈은 포유류형 파충류의 대표격인 생물입니다. 물론 이들이 페름기 초반에 매우 성공적인 육상 포식자였던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지만, 독특한 외형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바로 등 위에 있는 거대한 돛이 그것입니다. 이 돛의 용도에 대해서는 19세기부터 지금까지 논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도 설명했었습니다. 




 20세기부터 과학자들은 이 돛의 용도가 체온을 올리거나 내리는 데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왜냐하면, 현생 파충류나 다른 변온 동물도 햇빛을 받아 체온을 올리거나 혹은 그늘에서 체온을 낮추기 때문입니다. 체온 조절설을 주장했던 것은 미국의 고생물학자 알프레드 뢰머 (Alfred Romer) 등으로 1940년대부터 이 주장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1973년 고생물학자인 브람웰 (C. D. Bramwell) 등은 200kg인 디메트로돈이 햇빛을 받아 체온을 26도에서 32도까지 올리는데 한 시간 반 정도 걸렸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1999년에는 다른 과학자 그룹이 새로운 모델을 이용해서 이 돛이 체온을 올리거나 내리는 데 모두 유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의문도 존재합니다. 만약 체온을 조절하는 용도였다면 몸의 크기가 커질수록 돛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을 것입니다. 변온 동물이라도 몸집이 클수록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큰 욕조 속의 물은 빨리 식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화석상의 기록은 작은 디메트로돈이나 큰 디메트로돈 종이나 돛의 상대적 크기는 일정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디메트로돈 종의 상대적 크기 비교


 여기에 체온 조절 같이 중요한 기능이라면 다른 스페나코돈류에서도 비슷한 크기로 진화했을 텐데 앞서 설명했듯이 스페나코돈류의 돛의 크기는 다양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체온 조절 가설 이외의 가설이 등장했는데, 성적인 상징이라는 주장이 그것입니다. 다른 동물에서 보는 다양한 장식처럼 짝짓기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죠. 


 짝짓기를 위한 용도라면 암수에 따른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이 부분도 논쟁의 대상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확실한 것은 공작의 꼬리 처럼 암수에 따른 차이가 극단적이진 않다는 것입니다. 이제가지 돛이 없는 디메트로돈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암수 모두 큰 돛을 가지고 있었던 점은 분명합니다. 다만 두꺼운 뼈와 약간 큰 돛을 지닌 개체들도 보고되고 있는데, 어쩌면 이들이 수컷이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거대한 돛은 멀리서도 잘 보이기 때문에 암수 모두 서로를 인지하기 편했을 것입니다. 이런 해석에 따라 최신 복원도에서는 알록달록한 형태의 돛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짝짓기 가설 역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당시로 돌아가 확인할 수도 없는 일이고 암수의 차이라고 확실하게 주장할 수 있는 근거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부분 가운데 하나는 이런 돛을 가지고 어떻게 사냥을 했느냐는 것입니다. 멀리서도 잘 보이는 돛은 사냥감의 눈에도 잘 보였을 것입니다. 작은 디메트로돈 종이 경우 포식자의 눈에 잘 띄는 구조물이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크게 번영했다면 이 돛에 뭔가 유용한 기능이 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합니다. 


 다시 체온 조절 가설을 떠올리면, 돛의 존재 덕분에 디메트로돈은 변온 동물만 살았던 페름기 초기 육지 생태계에서 가장 빨리 체온을 올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체온을 의미있게 올리는데 몇 시간이 걸려도 먹이나 포식자보다 더 빠르게 몸을 데울 수 있다면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습니다. 당시 생태계에서 이는 적지 않은 이점을 제공했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포유류가 넘치는 세상에서는 별다른 이점이 아니지만, 당시에는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동물이 없었습니다.개인적인 의견은 짝짓기에도 유용한 도구였을지 몰라도 돛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체온을 조절하는게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하나 더 생각할 문제는 당시 이들이 살던 지역이 기후로 너무 덥거나 추운 기후에서는 체온 조절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디메트로돈이 주로 발굴되는 지역은 미국 남부와 독일등 북유럽 지역으로 당시에는 하나의 대륙이었으며 온화한 기후의 습지대였습니다. 아마도 당시 이 환경에서는 효과적인 체온 조절 수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참고 


Bramwell, C.D.; Fellgett, P.B. (1973). "Thermal regulation in sail lizards" (PDF). Nature. 242 (5394): 203–205. Bibcode:1973Natur.242..203B. doi:10.1038/242203a0.

Florides, G.A.; Wrobel, L.C.; Kalogirou, S.A.; Tassou, S.A. (1999). "A thermal model for reptiles and pelycosaurs". Journal of Thermal Biology. 24 (1): 1–13. doi:10.1016/S0306-4565(98)00032-1.

Tomkins, J.L.; LeBas, N.R.; Witton, M.P.; Martill, D.M.; Humphries, S. (2010). "Positive allometry and the prehistory of sexual selection" (PDF). The American Naturalist. 176 (2): 141–148. doi:10.1086/653001. PMID 20565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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