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우주 이야기 265 - 작지만 큰 블랙홀을 가진 은하




 은하의 중심에는 태양에 수백만배에서 수십억배의 질량을 지닌 초대형 블랙홀이 존재합니다. 이런 거대 질량 블랙홀 (SMBH  SuperMassive BlackHole) 을 만드는 질량은 결국 은하에서 나오는 만큼 큰 은하가 더 거대한 중심 블랙홀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가지 다른 요소들이 여기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는게 반드시 작은 은하라고 작은 블랙홀을 가지고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뜻밖에도 작은 은하가 SMBH 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최근 아닐 세스 (Anil Seth) 를 비롯한 연구자들로 구성된 국제 천문학자팀이 작은 왜소 은하 (Dwarf galaxy) 에서 놀라울 만큼 큰 거대 블랙홀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 주인공은  M60-UCD1 라는 작은 왜소은하로 작은 크기에 걸맞지 않을 만큼 거대한 질량의 중심 블랙홀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심 블랙홀의 질량은 무려 태양 질량의 2100 만배로 이 은하가 태양 질량의 1억 4000 만배 정도의 질량을 가진 점을 생각하면 중심의 한 점에 질량의 15% 정도가 몰려있는 셈입니다.  



M60-UCD1 의 허블 우주 망원경 이미지 This Hubble Space telescope image shows the gargantuan galaxy M60 in the center, and the ultracompact dwarf galaxy M60-UCD1 below it and to the right, and also enlarged as an inset. A new international study led by University of Utah astronomer Anil Seth and published in the journal Nature found that M60-UCD1 is the smallest known galaxy with a supermassive black hole at its center, suggesting the dwarf galaxy originally was much larger but was stripped of its outer layers by gravity from galaxy M60 over billions of years. M60's gravity also is pulling galaxy NGC4647, upper right, and the two eventually will collide. Credit: NASA/Space Telescope Science Institute/European Space Agency. )  



 비교를 위해 우리 은하의 예를 들면 우리 은하 중심부에는 태양 질량의 400 만배에 달하는 거대 질량 블랙홀을 존재합니다. 이것 역시 막대한 질량이지만 은하 전체 질량에 비하면 0.01% 조차 안되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10 만 광년을 넘어서는 은하의 거대한 크기를 생각하면 은하 중심 블랙홀이 아무리 큰 중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은하계 전체의 질량중 극히 일부 만을 가지고 있는 게 정상이겠죠. 따라서 M60-UCD1 의 은하 중심 블랙홀은 매우 흥미로운 발견임에 분명합니다. 이 은하는 사실 지금까지 거대 질량 블랙홀이 발견된 은하 중 가장 작습니다.  


 연구의 리더인 세스는 우리 은하와 비교해서 이 은하가 500 분의 1 정도 크기 밖에 되지 않고, 질량은 1000 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은하 중심 블랙홀은 우리 은하에 있는 것보다 5 배나 거대하기 때문이죠.  


 이 독특한 현상을 설명할 가설은 아마도 이 은하가 과거에는 꽤 큰 은하였는데 다른 은하에게 대부분의 별과 암흑 물질을 빼앗겼다는 것입니다. 두개의 은하가 충돌해서 하나의 거대 은하가 탄생했는데 은하핵 가운데 하나가 밖으로 튕겨나오면서 질량의 대부분을 빼앗겼다면 이와 같은 관측 결과를 설명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M60-UCD1 은 거대 은하인 M60 의 위성은하로 과거에 은하 충돌의 잔재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먼 미래에는 우리 역시 우리은하보다 큰 안드로메다 은하와 충돌해서 하나의 거대 은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연 밀려나는 쪽이 어느 쪽일지 궁금한데 (물론 안드로메다 중심 블랙홀이 훨씬 더 큽니다) 혹시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의 미래가 이런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하나로 합쳐져 더 큰 블랙홀이 될지 아니면 하나는 왕좌에서 밀려나게 될지 미래는 아직 모르는 것이죠.  


 이 연구는 네이처에 실렸습니다.  


 참고  


A supermassive black hole in an ultra-compact dwarf galaxy, Nature, 2014: dx.doi.org/10.1038/nature13762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