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명이 넘는 인류가 굶지 않고 충분히 먹고 살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농작물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화학 비료나 살충제, 제초제 같은 각종 농약을 필요로 합니다. 여기에 단일 품종을 밀집 재배하는 농업의 특성상 곰팡이나 세균 감염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살균제나 항진균제 역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과일과 채소에 생기는 식물 감염병 치료제인 클로로탈로닐 (chlorothalonil)은 매우 흔히 쓰이는 항진균제 및 항균제입니다.
클로로탈로닐 자체는 살충제가 아니기 때문에 곤충에 크게 해롭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맥쿼리 대학의 대학원생인 다쉬카 디싸와 (Darshika Dissawa, from Macquarie's School of Natural Sciences)는 이 주장을 다시 검증해보기로 했습니다. 아직 유충 단계에서 클로로탈로닐을 노출시켜 성충이 되었을 때 반응을 본 것입니다.
연구팀은 실험 동물로 과일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곤충인 초파리를 골랐습니다. 이들은 실험실은 물론 실제 환경에서도 매우 흔한 곤충입니다. 그런데 초파리 애벌레에 클로로탈로닐을 노출시킨 결과 생각보다 적은 용량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번식력 감소가 확인됐습니다. 가장 낮은 용량의 클로로탈로닐 노출군에서도 성체가 됐을 때 낳는 알의 양이 37%나 감소했던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클로로탈로닐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곤충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초파리처럼 과일을 좋아하는 곤충 이외에도 꿀과 꽃가루를 찾아 오는 꽃가루받이 곤충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그리고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클로로탈로닐과 다른 약물에 의해 꽃가루 받이 곤충 이외의 곤충의 번식과 성장에 큰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는 기본적으로 식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농약을 안 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농약과 살포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농작물 생산을 늘리기 위해 사용하는 농약이 오히려 꽃가루받이 곤충을 괴멸시켜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게 될수도 있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5-06-common-farm-fungicide-contributing-insect.html
Darshika M. Dissawa et al, Chlorothalonil exposure impacts larval development and adult reproductive performance in Drosophila melanogaster, Royal Society Open Science (2025). DOI: 10.1098/rsos.250136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