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ne tools discovered in Marathousa 1 demonstrate the targeted use of various techniques—depending on material and function. Credit: PLOS One (2025). DOI: 10.1371/journal.pone.0324958)
독일 튀빙겐 대학의 젠켄베르크 인류 진화 및 고대환경 연구센터 (Senckenberg Center for Human Evolution and Paleoenvironment at the University of Tübingen)의 과학자들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축장을 찾아냈습니다. 그리스 메갈로폴리스 분지 (Greek Megalopolis Basin)의 마라소우라 1 (Marathousa 1) 유적지가 그곳으로 43만년 전 만든 작고 날카로운 석기와 이 석기로 도축된 곧은 상아 코끼리 (Palaeoloxodon antiquus)의 뼈가 발굴되었습니다.
곧은 상아 코끼리는 역사상 가장 큰 코끼리 중 하나로 수컷의 경우 키가 4m에 몸무게가 13톤에 달했습니다. 현생 코끼리보다 훨씬 큰 덩치를 지녔지만, 네안데르탈인이 이 코끼리를 적극적으로 사냥해 도축했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여러 마리의 코끼리를 도축한 흔적이 남아 있을 뿐 아니라 큰 수컷 중심으로 도축한 흔적을 볼 때 우연히 죽은 개체를 도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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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견된 작은 석기와 도축 흔적의 주인공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연대로 봤을 때 매우 초기의 네안데르탈인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가장 오래된 네안데르탈인은 45만 년 정도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지만, 석기만으로 100% 장담할 순 없습니다.
아무튼 이 석기는 작지만 매우 날카로워 이미 죽은 동물의 고기를 잘게 자르는데 유용하게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석기를 만든 주인공들은 주로 두 가지 방법 (freehand striking and bipolar striking techniques)으로 이 작은 석기를 깨서 더 날카롭게 만들었습니다. 한 눈에 보더라도 조심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사용하는 사람의 손도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석기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지상에서 가장 큰 동물을 도축하기 위해 가장 작은 석기를 쓴 셈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사냥을 해서 고기를 얻어서인지 매머드를 포함한 고대 거대 장비목 초식 동물은 현생 세 종만 빼고 모두 멸종해 사라졌습니다. 인류의 사냥만이 원인이 아니었을 순 있지만, 본래는 자연 상태에서 천적이 없던 거대한 초식동물이 인간이라는 강력한 포식자를 상대하게 되면서 더 멸종에 취약해졌을 것이라는 추측은 충분히 타당해 보입니다. 매머드를 포함해 이들 중 일부라도 살아남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5-07-small-tools-big-animals-year.html
Dalila De Caro et al, Small flakes for sharp needs: Technological behaviour in the Lower Palaeolithic site of Marathousa 1, Greece, PLOS One (2025). DOI: 10.1371/journal.pone.032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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