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은 이름처럼 과일에 많이 들어 있는 단순당으로 설탕보다 더 강한 단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단맛을 통해 동물을 유인하고 씨앗을 퍼트리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인간 역시 과당에 대한 깊은 선호를 지니고 있는데, 아마도 과일을 즐겨먹던 영장류 선조부터 내려온 특징일 것입니다.
과당 자체는 큰 문제가 없지만, 항상 그렇듯 인간이 이를 남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본래 자연 상태에서는 약간 밖에 먹을 수 없었던 과당이 옥수수 전분을 이용해 쉽게 생산할 수 있는 액상과당 (high fructose corn syrup (HFCS))을 통해 대량으로 섭취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액상과당은 저렴할 뿐 아니라 액체 상태로 가공식품에 첨가하기 쉽고 설탕보다 더 달아 탄산음료는 물론이고 시리얼이나 과자류 등 각종 가공식품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한 비만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과도한 과당 섭취가 만성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이로 인한 각종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이나 베르그헤임 (Ina Bergheim from the University of Vienna)이 이끄는 연구팀은 인간에서 과당이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기전을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10명의 건강한 자원자에게 하루 110g의 과당을 3.5일간 섭취하게 한 후 전후로 혈액을 채취해 면역 세포의 반응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백혈구 가운데서 특히 단핵구 (monocyte)가 매우 복잡한 기전을 통해 자극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과당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경우 과당이 GLUT5라는 물질과 함께 단핵구에 들어가 케토헥소카이나제 (ketohexokinase) 효소를 분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연쇄적으로 SP1 유전자를 자극한 후 이것이 Toll-like receptor 2 (TLR2)의 숫자를 늘립니다. 그러면 단핵구가 박테리아가 내놓는 물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언뜻 보기에는 좋은 일인 것 같지만, 사실은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이 내놓는 리포테이코익 산 (lipoteichoic acid) 같은 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해 과도한 면역 반응을 유발해 interleukin-6, interleukin-1β, tumor necrosis factor-alpha 같은 면역 물질을 과도하고 분비하고 전신 염증 반응을 유발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물론 과당 110g은 상당한 양입니다. 사과 200g에 포함된 과당은 대략 11g 정도이기 때문에 사과 2kg 한 상자를 먹어야 섭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335ml 콜라 한 캔에는 39g이나 되는 과당이 포함되어 있어 콜라나 다른 가공식품, 가당음료를 많이 먹는 경우 거의 비슷하게 섭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만큼 과일 섭취를 피할 이유는 없지만, 가공식품은 적당히 먹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fructose-immune-cells/
Staltner R, Csarmann K, Geyer A, Nier A, Baumann A, Bergheim I. Fructose intake enhances lipoteichoic acid-mediated immune response in monocytes of healthy humans. Redox Biol. Published online June 12, 2025. doi:10.1016/j.redox.2025.10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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