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piny chromis damselfish and its brood. Credit: Mark I McCormick)
서구에서는 헬러콥터처럼 자녀의 머리 위를 맴돌면서 계속 간섭하거나 보호하는 부모를 헬리콥터 부모라고 부릅니다. 자녀에 대한 보호보다는 자립심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크지만, 저출산 시대에 자녀가 귀해지면서 나타난 변화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새끼를 돌보는 일은 사실 어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알을 낳고 난 후 그냥 알아서 생존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하지만, 정성껏 새깨를 돌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의 알렉산드라 그루터 박사 (University of Queensland's Dr. Alexandra Grutter)가 이끄는 연구팀은 과거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가시 자리돔 (spiny chromis damselfish, 학명 Acanthochromis polyacanthus)의 새끼 보살핌을 연구했습니다.
직접 먹이를 주거나 젖을 먹이는 포유류나 조류와 달리 물고기의 경우 대부분 새끼 돌보기는 천적에서 새끼를 지키는 목적으로 이뤄집니다. 산호초에 살고 있는 가시 자리돔 역시 마찬가지이긴 한데, 방법이 좀 특이합니다. 더 큰 물고기가 잡아 먹는 것을 막는 게 아니라 작은 기생충이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것을 막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해양 갑각류 가운데 하나인 등각류 (isopods) 중에는 다른 생물에 기생하는 종류가 있습니다. 큰턱벌레라 불리는 그나티드 (gnathiid)가 그런 종류로 그나티드의 유충은 다양한 물고기의 피부에 붙어 거머리처럼 피를 빨아먹은 후 떨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당연히 작은 새끼에 달라붙은 그나티드 유충은 더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등각류에 대해 참고할 만한 글: https://blog.naver.com/kmibada/222922341902
연구팀은 부모 가시 자리돔이 새끼에서 기생충인 그나티드 유충을 제거하는 것을 보고 이것 때문에 새끼들이 다른 물고기처럼 부모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수조에다가 기생충을 풀어 놓은 다음 한 수조에는 새끼만 두고 다른 수조에는 부모와 함께 새끼를 넣어 두었습니다. 그 결과 부모의 보살핌이 있는 경우 생존 가능성이 3배나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정도면 약간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는 헬리콥터 부모 보다는 진짜 자상한 부모로 최선을 다해 새끼를 지키면서 간식 (?)도 먹는 보살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새끼도 작은데 여기에 붙은 더 작은 기생충을 조심해서 다치지 않게 제거하는 기술 역시 놀랍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12-helicopter-parenting-fish-damselfish-young.html
Alexandra S. Grutter et al, Parental care reduces parasite-induced mortality in a coral reef fish,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024). DOI: 10.1098/rspb.2024.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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