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결국 성공하지 못한 올드보이의 귀한 - 인텔 팻 겔싱어 CEO 사임


 

(출처: 인텔)

팻 겔싱어 인텔 CEO가 결국 4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2021년 취임 당시 인텔은 경쟁자에 비해 EUV 리소그래피 공정 진입이 계속 늦어지면서 주도권을 빼앗기고 회사가 어려워진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2001-2009년 사이 인텔 최고 기술 책임자 (CTO)를 역임했고 과거 프로세서 개발에 참여했던 팻 겔싱어의 귀환은 자연스럽게 기대를 받았습니다. 결국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엔지니어 출신 CEO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팻 겔싱어는 CEO로 취임하자마자 공격적인 경영 계획을 세웠습니다. TSMC에 대항하기 위해 단순히 미세 공정을 따라잡는 것만이 아니라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진출하는 것을 포함하는 IDM 2.0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인텔이 결국 자체 팹을 포기하고 AMD처럼 팹리스 업체로 갈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을 일축하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서 수백억 달러를 투입해 여러 개의 팹이 건설됐습니다.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2285780207

하지만 투자 대비 성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특히 4년 간 5개의 미세 공정 (인텔 7, 인텔 4, 인텔 3, 20A, 18A)를 건설하려는 계획은 당시에는 괜찮은 아이디어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지나친 비용을 투자하고 개발 인력을 분산시켜 성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결국 인텔은 20A를 취소하고 18A에 마지막 남은 희망을 걸기로 했습니다. 대신 20A로 양산 예정이었던 애로 레이크와 루나 레이크는 TSMC에 모두 외주를 줘서 인텔 역사상 처음으로 주력 프로세서를 외부에서 생산하는 굴욕을 겪었습니다.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3573134853

더 나쁜 일은 이렇게 해서 TSMC 인사이드로 탄생한 인텔 프로세서들이 미세 공정을 크게 개선했음에도 성능은 별로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급하게 TSMC 3nm로 변경한 것이 문제였는지 아니면 설계 능력의 문제였는지 알 순 없지만, 라이젠 9000X3D에 완전히 밀리는 성능으로 판매량에서 처참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지난 2분기 기록적인 손실을 발표한 인텔의 위기는 대규모 정리 해고와 구조 조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3534159168

기술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된 위기이기 때문에 쉽게 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결국 팻 겔싱어 CEO가 사임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인텔의 위기는 결국 CPU 가격 인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불과 10년 전엔 AMD이 위기였고 인텔은 승승장구 했는데, 화무십일홍이라고 거대 기업도 10년 후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세상 같습니다.

참고

https://www.tomshardware.com/pc-components/cpus/intel-ceo-pat-gelsinger-retires-effective-immediately-also-steps-down-from-bod-two-co-ceos-step-in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사막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온실 Ecodome

 지구 기후가 변해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더 많이 내리지만 반대로 비가 적게 내리는 지역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아프리카 개도국에서는 이에 더해서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과 물이 모두 크게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막 온실입니다.   사막에 온실을 건설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막 온실이 식물재배를 위해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사막 온실의 아이디어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사막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함과 동시에 물이 증발해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데 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에티오피아의 곤다르 대학( University of Gondar's Faculty of Agriculture )의 연구자들은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장치를 결합한 독특한 사막 온실을 공개했습니다. 이들은 이를 에코돔( Ecodome )이라고 명명했는데, 아직 프로토타입을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그 컨셉을 공개하고 개발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막에 건설된 온실안에서 작물을 키움니다. 이 작물은 광합성을 하면서 수증기를 밖으로 내보네게 되지만, 온실 때문에 이 수증기를 달아나지 못하고 갖히게 됩니다. 밤이 되면 이 수증기는 다시 응결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에코돔의 가장 위에 있는 부분이 열리면서 여기로 찬 공기가 들어와 외부 공기에 있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에코돔 내부로 들어옵니다. 그렇게 얻은 물은 식수는 물론 식물 재배 모두에 사용 가능합니다.  (에코돔의 컨셉.  출처 : Roots Up)   (동영상)   이 컨셉은 마치 사막 온실과 이슬을 모으는 담수 장치를 합쳐놓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잘 작동할지는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