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인텔)
팻 겔싱어 인텔 CEO가 결국 4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2021년 취임 당시 인텔은 경쟁자에 비해 EUV 리소그래피 공정 진입이 계속 늦어지면서 주도권을 빼앗기고 회사가 어려워진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2001-2009년 사이 인텔 최고 기술 책임자 (CTO)를 역임했고 과거 프로세서 개발에 참여했던 팻 겔싱어의 귀환은 자연스럽게 기대를 받았습니다. 결국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엔지니어 출신 CEO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팻 겔싱어는 CEO로 취임하자마자 공격적인 경영 계획을 세웠습니다. TSMC에 대항하기 위해 단순히 미세 공정을 따라잡는 것만이 아니라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진출하는 것을 포함하는 IDM 2.0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인텔이 결국 자체 팹을 포기하고 AMD처럼 팹리스 업체로 갈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을 일축하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서 수백억 달러를 투입해 여러 개의 팹이 건설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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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투자 대비 성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특히 4년 간 5개의 미세 공정 (인텔 7, 인텔 4, 인텔 3, 20A, 18A)를 건설하려는 계획은 당시에는 괜찮은 아이디어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지나친 비용을 투자하고 개발 인력을 분산시켜 성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결국 인텔은 20A를 취소하고 18A에 마지막 남은 희망을 걸기로 했습니다. 대신 20A로 양산 예정이었던 애로 레이크와 루나 레이크는 TSMC에 모두 외주를 줘서 인텔 역사상 처음으로 주력 프로세서를 외부에서 생산하는 굴욕을 겪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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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쁜 일은 이렇게 해서 TSMC 인사이드로 탄생한 인텔 프로세서들이 미세 공정을 크게 개선했음에도 성능은 별로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급하게 TSMC 3nm로 변경한 것이 문제였는지 아니면 설계 능력의 문제였는지 알 순 없지만, 라이젠 9000X3D에 완전히 밀리는 성능으로 판매량에서 처참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지난 2분기 기록적인 손실을 발표한 인텔의 위기는 대규모 정리 해고와 구조 조정으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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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된 위기이기 때문에 쉽게 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결국 팻 겔싱어 CEO가 사임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인텔의 위기는 결국 CPU 가격 인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불과 10년 전엔 AMD이 위기였고 인텔은 승승장구 했는데, 화무십일홍이라고 거대 기업도 10년 후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세상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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