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inernema adamsi being released from the body of a deceased host. Credit: Adler Dillman / UCR)
기생충이라고하면 일단 좋은 어감이 아니지만, 사실 우리는 일부 기생충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해충 구제용으로 사용되는 곤충병원성 선충 (Steinernema)이라는 작은 선충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곤충 병원성 선충은 이름처럼 곤충을 숙주로 삼는 기생충으로 몸길이 1mm에 불과하기 때문에 물에 섞은 후 농약처럼 살포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곤충 병원성 선충은 포유류에는 감염되지 않고 곤충만을 숙주로 삼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합니다.
곤충 병원성 선충: https://blog.naver.com/kobicbr/223279129771
곤충 병원성 선충은 일단 땅에서는 숙주를 찾아 수 개월 동안 잠복해있다가 숙주를 발견하면 입과 항문으로 침투해 장으로 들어갑니다. 따라서 날아다니는 성충보다는 기어다니는 애벌레가 더 취약합니다. 일단 내부에 침부한 곤충 병원성 선충은 놀라운 속도로 증식하면서 곤충의 몸속에 유독한 세균을 내뿜습니다. 결국 이로 인해 애벌레는 48시간 정도면 죽게 되고 이후 시체가 흐물흐물 해지면 새로운 선충이 쉽게 몸을 탈출하는 방식입니다.
이 선충은 번식 속도가 놀라워서 10-15마리 정도의 기생충만 있으면 10일 정도 후에는 8만 마리로 숫자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개체수가 많고 밀집해 있는 해충에 매우 치명적인 기생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년 수조 마리의 곤충 병원성 선충이 해충 구제 목적으로 살포됩니다. 농약을 뿌리지 않거나 적게 뿌려도 되는 만큼 환경 오염의 우려가 적고 더 안전한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으며 해충의 살충제 내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불행히 모든 곤충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고 곤충 병원성 선충이 살기에 적합한 온도와 습도 조건이 있어 모든 지역에서 농약 대신 뿌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더 광범위한 곤충 감염성과 다양한 생육 조건을 지닌 곤충 병원성 선충을 찾고 있습니다.
최근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애들러 딜만 교수 (UCR nematology professor Adler Dillman)가이끄는 연구팀은 새로운 곤충 병원성 선충을 발견했습니다. 태국에서 보낸 샘플에서 확인된 신종 곤충 병원성 선충은 브리검 영 대학의 바이론 아담스 (Byron Adams)의 이름을 따 스테이네르네마 아담시(Steinernema adamsi)로 정해졌습니다.
S. adamsi는 수백종의 곤충을 감염시킬 수 있는 곤충 병원성 선충속에 속하는데, 매우 적은 용량으로도 48시간 이내 벌집 나방 (wax moths)를 죽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해충 구제용으로 사용하는 곤충 병원성 선충보다 더 습하고 뜨거운 온도에서 살 수 있어 곤충 병원성 선충의 사용범위를 더 넓힐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곤충 병원성 선충이 이로운 곤충까지 마구 죽이면 곤란하기 때문에 실제 상용화까지는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눈에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기생충이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사실 같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4-02-discovery-nematode-species-crops-pesticide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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