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에 의한 물림 사고는 지역과 사람을 가리지 않지만, 특히 개도국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강한 독을 지닌 독사가 사는 지역과 겹칠 뿐 아니라 응급 처치가 가능한 의료 기관이 적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500만 건 정도의 뱀 물림 사고가 발생하고 94,000-125,000명이 사망합니다.
물론 뱀독을 중화하는 뱀 항독소 (snakebite antivenom)가 있기는 하지만, 비용이 비싸고 여러 종류의 뱀 독에 모두 효과적이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항독소는 뱀 독을 양이나 말 같은 큰 동물에 조금씩 반복 투여한 후 생성되는 항체를 수집해 만듭니다.
이 방법은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뱀과 양, 말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사실 효과도 제한적일 뿐 아니라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다른 대안을 연구해 왔습니다. 스크립스 연구소 (Scripps Research)의 과학자들은 인간의 항체에서 뱀독소와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찾아냈습니다.
연구팀은 코브라와 맘바 같은 맹독을 지닌 독사를 포함한 코브라과의 독사 300종의 독을 분석해 공통 독소인 three-finger toxins (3FTx)를 찾아 냈습니다. 이 독은 주로 신경독으로 마비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연구팀은 이 독를 만드는 유전자를 세포에 삽입한 후 만들어지는 수많은 항체 가운데 3800개를 추려 이 중에 가장 강력한 항체인 95Mat5를 발견했습니다. 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에서 95Mat5는 킹코브라 같은 맹독성 독사의 독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사실 뱀독은 여러 가지 화학물질이 섞여 있는 칵테일이기 때문에 한 가지 항체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연구팀은 범용 항독소 약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4-5개의 항체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항체를 인공적으로 생산한다면 동물을 괴롭히지 않고도 더 효과적인 항독소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이런 발명이 의미가 있으려면 충분히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어 진짜 필요한 사람들이 쓸 수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망자가 개도국에서 나오기 때문에 약물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그림의 떡이 되지 않으려면 가격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medical/monoclonal-antibody-snake-antivenom/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translmed.adk1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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