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가장 중요한 사건은 5억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 (Cambrian Explosion) 이었습니다. 현생 동물문의 대부분이 이 시기에 등장했으며 현재도 정확히 어떤 그룹에 속하는지 알 수 없는 기괴한 고대 생물의 화석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 시기 생물학적 다양성이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면 다른 과학자들은 지난 2억년 간 생물학적 다양성이 점진적으로 증가해 현재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버밍햄 대학의 로저 클로스 박사 (Dr. Roger Close, School of Geography, Earth and Environmental Sciences at the University of Birmingham)가 이끄는 연구팀은 새로운 접근법을 통해 현재가 과거에 비해 특별히 생물학적 다양성이 높지 않다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화석을 통해 고대 생물을 복원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더 어려운 일은 다양성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화석화 되는 개체는 극히 일부이고 지층의 보존 상태나 위치에 따라 화석 역시 무작위로 발견되기 때문에 동일 조건으로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시대에 따라 생물학적 다양성이 증가하고 감소하는 경향은 관찰할 수 있지만, 모든 종이 화석화되어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양성에 대해서 쉽게 말할 순 없습니다. 또 지역에 따른 다양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산호초의 면적은 바다의 0.1% 수준에 불과하지만, 전체 해양 생물종의 1/4이 이 지역에 몰려 있습니다. 따라서 생물학적 다양성을 비교할 때 산호초 지역과 일반 해양 지층을 서로 비교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연구팀은 비슷한 지역끼리 묶어 생물학적 다양성을 비교했습니다. 과거 연구는 전지구적으로 모든 지층에서 발견된 화석 종류를 비교했지만, 이는 표본이 어디서 나왔느냐에 따라서 종의 다양성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잘못된 접근법입니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생물학적 다양성은 시간에 따른 차이가 심하긴 했지만 지난 2억년 간 증가하는 추세라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현재의 생물학적 다양성 수준은 특별히 예외적으로 높지 않았습니다. 결국 생물학적 다양성은 대멸종 같은 이벤트나 당시 상황에 따라 큰 변동성이 있을 뿐 증가하는 추세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과거 지질 시대의 생물학적 다양성을 온전하게 파악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분명 대멸종 직후에는 생물학적 다양성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결론내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간이 새로운 대멸종을 유발하는 만큼 현시대에는 당분간 다양성이 빠르게 감소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이번 연구 결과가 생물 다양성이 감소해도 결국은 원래 수준까지 복원된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가 옳다면 인간이 사라진 후 지구 생물학적 다양성은 본래 수준을 다시 회복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
R.A. Close el al., "The spatial structure of Phanerozoic marine animal diversity," Science (2020). https://science.sciencemag.org … 1126/science.aay8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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