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뱀이 독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뱀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독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때때로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작은 뱀이라도 무서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반대로 뱀 입장에서는 인간 같은 대형 포유류가 매우 위협적인 존재일 것입니다. 뱀 독은 자신보다 훨씬 큰 크기의 포식자에게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용한 수단입니다.
뱀독이 방어와 사냥 모두에 유용한 수단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과학자들은 뱀독의 진화를 촉진한 주요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궁금하게 생각해왔습니다. 웨일스 뱅거 대학 (Bangor University)의 해리 워드-스미스 (Harry Ward-Smith)와 지도 교수인 볼프강 뷔스터 (Dr. Wolfgang Wüster)는 뱀독의 진화를 촉진한 것이 방어보다는 사냥이라는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뱀에 물린 사람 400명을 대상으로 600건에 달하는 경험을 상세히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이 가장 중요하게 물어본 것은 즉각적인 통증이 극심했는지입니다. 치명적인 뱀독은 소량만 투여해도 사망에 이를 수 있지만, 사실 뱀 입장에서도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한 독을 주입해도 큰 동물은 바로 죽지 않을 수 있고 그 전에 뱀을 죽일 수 있습니다. 또 덩치가 클수록 살아남을 가능성도 따라서 커집니다. 따라서 방어용 독의 특징은 즉각적으로 큰 고통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면 물러설 가능성이 크고 다시 마주칠 때 공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점은 극히 일부 케이스에서만 극심한 통증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뱀독이 방어보다는 사냥을 위해 진화했음을 시사합니다. 보통 방어용 독은 피부나 몸 전체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해도 타당한 해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빨에 독이 집중되어 분비 된다는 점은 방어 목적보다는 사냥 목적인 경우 타당한 구성입니다. 또 방어에 매우 유용하다면 거의 모든 뱀에 독이 있을 텐데 그렇지 않다는 점 역시 사냥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입니다.
물론 사냥을 위해 진화한 독이라도 독이라는 것은 분명하며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뱀독이 일차적으로는 사냥을 위해 진화했더라도 방어에도 나름 유용하다는 점 역시 분명합니다.
참고
Fangs for the Memories? A Survey of Pain in Snakebite Patients Does Not Support a Strong Role for Defense in the Evolution of Snake Venom Composition. Toxins 2020, doi.org/10.3390/toxins120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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