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수백만년 동안 박쥐와 함께 공진화한 코로나바이러스


(A mother fruit bat with her nursing pup. These fruit bats (Rousettus madagascariensis) from Ankarana in northern Madagascar are from a species that carries a form of coronavirus. The researchers have been studying the population dynamics of this species superimposed on different zoonotic diseases for seven years. Credit: Olivà S. Noroalintseheno Lalarivoniaina)


 박쥐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많은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 수정에 관여하고 과일을 씨앗과 함께 먹어 먼 거리까지 식물의 종자를 퍼트립니다. 또 모기처럼 인간에게 질병을 옮기는 해충을 잡아먹거나 농작물을 갉아먹는 곤충을 잡아먹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여에도 불구하고 최근 박쥐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라는 사실 때문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됐습니다. 다만 실제 어떤 경로를 통해 박쥐에서 왔는지, 그리고 진짜 박쥐에서 유래한 것이 맞는지를 포함해 많은 사실들이 베일에 가려 있습니다. 


 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스티브 굿맨 (Steve Goodman, MacArthur Field Biologist at Chicago's Field Museum)과 인도양의 프랑스 영토인 레위니옹에 있는 레위니옹 대학 (Université de La Réunion)의 연구팀과 함께 아프리카 및 인도양 서부 지역에 서식하는 박쥐 36종, 1013마리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채취했습니다. 이 가운데 8%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되었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가 보통 만성 감염보다는 계절성으로 급성 감염을 일으킨다는 점을 생각할 때 비교적 높은 수치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적 동일성이 주로 속(genus) 단위 혹은 과 (family) 단위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지닌 집단이 여러 종으로 분화했다는 이야기로 코로나바이러스와 박쥐가 수백만 년 이상 공진화를 이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숙주에 잘 적응된 만큼 이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서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숙주가 죽으면 자신도 증식을 할 수 없는 만큼 바이러스도 적응된 숙주에서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면 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으로 넘어오면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고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같은 동굴처럼 좁은 환경에서 같이 서식하는 박쥐의 경우 종은 물론 속/과 단위에서 달라도 같은 균주의 바이러스를 보유한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밀폐되고 가까운 거리에서는 종을 뛰어넘는 감염이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야생동물의 밀접 접촉을 가능한 피해야할 이유를 보여줍니다. 


 이번에 발견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들이 인간에 감염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위험한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연구 과정에서 전염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철저한 격리 및 감염 관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우연 전파되는 바이러스 질환을 예상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현황 파악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연구는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 


Scientific Reports (2020). DOI: 10.1038/s41598-020-63799-7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