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olony of the social spider Stegodyphus dumicola. Credit: Noa Pinter-Wollman)
개미, 흰개미, 벌 같은 사회적 곤충은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 중 하나입니다. 생물량으로 볼 때 다른 종을 압도하는 성공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를 구성하는 절지동물은 곤충만이 아닙니다. 4만종에 달하는 거미 가운데 적어도 25종이 집단을 이뤄 생활합니다. 사회적 거미는 개미 같이 유명하지는 않지만 나름 성공한 동물입니다. 물론 너무 성공해서 우리가 거미 떼를 자주 보지 못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다행한 일이기도 합니다.
카오 통 박사 (Dr. Chao Tong, a postdoc in the lab of Dr. Timothy Linksvayer at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를 비롯한 펜실베니아 대학의 연구팀은 사회적 거미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이들은 Stegodyphus 속의 사회적 거미 두 종과 독립 생활을 하는 거미 5속 (Parasteatoda, Acanthoscurria, Nephila, Loxosceles, and Latrodectus)의 유전자를 비교 연구했습니다.
연구 결과 밝혀진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의 유전자 변화가 개미 같은 사회적 곤충과 유사하다는 점입니다. 사회를 이룰 경우 생길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전염병입니다. 군집을 이루는 동물은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동물의 경우 면역에 관련된 유전자가 가장 빠르게 진화합니다. 이는 사회적 거미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면역력 강화와 함께 사회적 거미에서 빠르게 진화한 부분은 뇌와 관련된 유전자였습니다. 이는 사회 생활을 하고 여러 개체와 협력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당연한 변화입니다. 사실 이런 변화가 없다면 군집 자체를 이룰 수 없는 것입니다. 그외에도 사회적 거미는 암컷의 비율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데, 이 역시 개미나 벌 같은 사회적 곤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결국 이를 통해 하나의 암컷에서 유래된 거대한 군집을 형성하게 될 것입니다. 수컷의 비율이 많고 유전적으로 다양한 개체가 모이면 사회적 군집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끔찍한 일이 될수도 있지만, 이렇게 진화하면 미래에는 거미 여왕을 거느린 수백만 마리의 거대 거미 군집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먼 미래의 일이 되겠지만 말이죠.
참고
Chao Tong et al, Comparative genomics identifies putative signatures of sociality in spiders, Genome Biology and Evolution (2020). DOI: 10.1093/gbe/evaa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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