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다세포 생물의 기원을 설명해줄 단백질


(The muliticellular algae, Tetrabaena socialis. Credit: Hisayoshi Nozaki and Yoko Arakaki)


 다세포 생물의 기원은 과학자들에게 큰 궁금증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는 다세포 생물을 매우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지구 역사상 대부분은 단순한 미생물만 존재했습니다. 적어도 혼자서 수십 억년 간 잘 살아왔던 세포들이 왜 뭉치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뭉쳤는지는 아직 풀지 못한 큰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입니다. 


 단번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찾기 어렵지만, 과학자들은 현생 생물을 세밀하게 관찰해서 다세포성의 진화에 대한 단서를 찾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조류(algae)의 일종인 볼복스 (volvox)는 단세포로 생활하다 수백개의 세포가 모여 군체를 이루는 특징 때문에 다세포 생물의 진화 모델로 많은 연구가 되어 있습니다. 


 비록 그 자체는 현생 다세포 식물의 직접 조상은 아니지만,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성을 지녀서 유리한 점이 있다면 현생 단세포 생물 역시 다세포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를 거칠 가능성이 크므로 좋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군체 생활을 하는 조류는 다세포 진화 연구에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윗워터스랜드 대학의 조나단 페더스톤(Jonathan Featherston, of the Evolution of Complexity Laboratory at the University of the Witwatersrand)은 매우 단순한 군체 조류인 Tetrabaena socialis를 연구했습니다. 이 조류는 단세포 생활을 하다가 불과 네 개가 모여 집단을 형성하는데, 아마도 초기의 다세포 생물 역시 이렇게 작은 군체를 이루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을 것입니다. 


 이 조류의 유전자를 연구한 결과 ubiquitin proteasomal pathway (UPP)라는 과정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유전자는 세포의 분열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적당한 수준에서 분열을 멈추는 것이야말로 다세포 진화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세포 생물은 기회만 있으면 분열을 통해 증식할 것입니다. 하지만 다세포 생물이라면 적당한 선에서 증식을 멈추고 세포 주기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통제를 벗어나면 암세포가 되는 것이죠. 물론 이것 하나만으로 다세포성이 진화하지는 않지만, 이 과정이 다세포 생물의 진화에서 중요하다는 점은 분명할 것입니다. 


 이보다 흥미로운 점은 불과 4개의 세포가 모이는 것이 어떤 이득이 있냐는 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점은 덩치가 커지면서 이제 비슷한 크기의 포식자에서 더 안전해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처럼 대형 포식자가 많은 환경에서는 별 이득이 없을 수도 있지만, 아마도 다세포 생물이 처음 진화하던 시점에는 큰 포식자가 없었으므로 상당한 이점을 제공했을 것입니다.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이득과 손실이 있겠지만 말이죠.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제가 곧 출간할 책에서도 언급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정식으로 나오면 다시 소개드리지만, 생물 진화의 중요한 키(key)로 포식 활동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참고 



Jonathan Featherston et al. The 4-Celled Tetrabaena socialis Nuclear Genome Reveals the Essential Components for Genetic Control of Cell Number at the Origin of Multicellularity in the Volvocine Lineage, Molecular Biology and Evolution (2017). DOI: 10.1093/molbev/msx332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