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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바퀴벌레는 어떻게 사회적 곤충으로 진화했을까?



 흰개미(termites)는 흔히 사회적 바퀴벌레로 불립니다. 개미라는 명칭과 달리 흰개미의 조상은 1억 5천만년 전 혼자 생활하던 바퀴벌레에서 진화했는데, 그 과정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둘 다 그렇게 호감을 주는 생물은 아닐지 모르지만, (다행히 우리 나라에서는 바퀴벌레만 중요한 해충이지만, 사실 일부 국가에선 흰개미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음) 당연히 과학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입니다. 


 노스 캘롤라이나 대학의 연구팀은 흰개미에서 독일 바퀴(German cockroach, Blattella germanica)와 건조목 흰개미(drywood termite, Cryptotermes secundus)의 유전자를 15종의 다른 곤충과 비교해 이들의 진화적 연관성을 추적했습니다. 


 연구팀이 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바퀴벌레에서 흰개미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화학적 감각 수용체 (chemosensory) 유전자라고 합니다. 바퀴벌레는 온갖 음식을 다 먹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이들의 후각과 미각이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발달된 감각 기능과 독특한 섭식 습관은 흰개미의 진화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바퀴벌레는 장내 미생물을 보충하기 위해 동료의 배설물을 먹는 습성이 있는데 (이를 이용한 바퀴약도 있습니다) 이는 장내 미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흰개미와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다만 정확히 동료의 것을 먹기 위해서는 그만큼 좋은 후각과 미각이 필요합니다. 


 흰개미의 경우 이렇게 좋은 감각 기관을 물려받았으나 먹는 음식이 한정되어 있고 동료끼리 모여 사는 습성으로 인해 화학 수용체 유전자의 다양성이 크게 감소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초기 군집을 형성할 때는 이 능력이 크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지만, 일단 군집 생활에 적응하고 난 이후엔 한정된 음식인 식물성 섬유질만 먹기 때문에 조상인 바퀴벌레처럼 매우 다양한 화학 수용체는 필요없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역으로 그 변화를 조사하면 흰개미 진화의 과정과 시기를 유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 다 호감을 주는 곤충은 아닐지 몰라도 사실 이들은 공룡 시대부터 지금까지 지구 생태계에 중요한 구성원으로 지금까지 번성하고 진화해왔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들 중 일부가 해충일지 몰라도 지구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 훨씬 해로운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참고 


 Mark C. Harrison et al. Hemimetabolous genomes reveal molecular basis of termite eusociality, Nature Ecology & Evolution (2018). DOI: 10.1038/s41559-017-04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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