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저지방 vs 저탄수화물 식이 - 다이어트 효과는 차이 없다




 다이어트에 가장 효과적인 식사는 사실 저열량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보존 법칙을 생각하면 당연히 들어오는 에너지보다 나가는 에너지가 많으면 몸에 저장된 에너지 총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하면 살이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는 점이죠. 지금처럼 고열량 음식이 넘처나고 육체 활동은 줄어든 시대에는 비만이 되기 쉽습니다.



 이런 이유로 체중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다이어트 식단이 시도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열량이 높은 지방을 줄인 저지방식이 유행이었다가 반대로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는 고지방식이 유행을 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단기간 체중 감량은 몰라도 장기간 체중감량 효과가 유지된 특정한 다이어트 식단은 없으며 결국은 적게 먹는 것이 장기적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내용은 제 책인 과학으로 먹는 3대 영양소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물론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긴 합니다. 적게 먹어야 살이 빠지겠죠.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535342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팀은 Diet Intervention Examining The Factors Interacting with Treatment Success (DIETFITS)라는 무작위 대조군 실험 (randomized clinical trial)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실험은 609명의 과체중 대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독특한 디자인의 저지방 vs 저탄수화물 식이를 진행한 것입니다.



 일단 두 그룹은 시작 단계에서 8주간 탄수화물 혹은 지방 섭취를 하루 20g으로 제한했습니다. 이는 빵 한 조각에 불과한 탄수화물을 섭취하거나 혹은 그보다 작은 용량의 지방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상태로는 오래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두 그룹은 이후 점차 지방과 탄수화물 섭취량을 늘려 저지방군은 하루 지방 57g, 저탄수화물군은 하루 탄수화물 132g까지 늘렸습니다. 아무튼 서구식을 기준으로 하면 한쪽은 매우 저지방식이고 다른 한쪽은 저탄수화물식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그 결과 저지방군은 5.3kg, 저탄수화물군은 6kg의 평균 체중 감소를 보였습니다. 사실 오차 범위 이내 차이라는 점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두 군 사이의 통계적인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각 그룹내에서 개인에 따른 차이가 매우 컸다는 점입니다. 별로 큰 체중 감량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상당히 큰 체중 감량 효과가 있었던 사람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결국 저지방 vs 저탄수화물보다 열량 제한 식이가 더 중요하고 개인에 따른 차이가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연구에서 한 가지 더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유전자 차이 및 인슐린 분비 능력의 차이까지 포함해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이런 차이가 개인간의 큰 차이점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역시 유의한 차이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앞으로 더 검증이 필요한 내용이기는 합니다.



 아무튼 이번 연구 결과의 결론은 이전 연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체중 감량에 가장 효과적인 것은 탄수화물/지방/단백질 같은 다량 영양소 비율보다는 전체 열량 섭취와 열량 소모라는 점이죠.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살이 빠집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고지방 다이어트를 비롯해 이런 저런 다양한 다이어트 비법들이 나오면서 의외로 간과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


https://medicalxpress.com/news/2018-02-low-fat-low-carb.html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article-abstract/2673150?redirect=true


https://newatlas.com/low-fat-versus-low-carb-diet-weight-loss/53489/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enage-girl-years-reconstructe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