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vengers, including a deep-sea crab and sea stars, feed on a squid carcass with its black egg sheet at the bottom of the Gulf of California. Credit: MBARI 2012)
생자필멸의 이치는 한 번 태어난 생물은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하지만 자연의 순환에서 그냥 죽어서 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먹은 생물은 배설물의 형태로 다시 물과 흙으로 돌아가 새로운 생명을 위한 양분이 되며 우리 자신 역시 죽어서 다시 흙과 자연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 과정은 바다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납니다.
몬터레이 만 수족관 연구소 (Monterey Bay Aquarium Research Institute)의 헤크 젠 호빙(Henk-Jan Hoving)과 그의 동료들은 캘리포니아 만에서 무인 잠수정 (ROV)을 이용해서 심해 생태계를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2012년에서 2015년 사이 잠수에서 적어도 64마리의 오징어 사체와 알 주머니 (egg sheet)의 잔해를 발견했습니다.
일부 오징어 암컷은 다수의 알을 알 주머니에 보관하다가 알을 낳고 나서는 죽어서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심해저에 서식하는 생물들에게 훌륭한 만찬이 됩니다. 무인 잠수정이 확인한 영상에서는 다양한 바다 밑 청소부 동물 (scavenger) 생물이 오징어 사체에 달라붙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영상은 수심 1000m 보다 더 깊은 바다에서 수집된 것입니다.
심해 불가사리, 게, 그리고 각종 심해어가 이 귀한 식사거리를 처리하기 때문에 사실 위와 같은 영상은 생각보다 찍기 어렵다고 합니다. 금방 시체가 사라질테니까요. 그래도 생각보다 많은 영상이 남은 이유는 그만큼 오징어가 캘리포니아 만의 생태계에 풍부한 생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가라앉는 사체가 지구의 탄소 순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들이 바다에 녹은 이산화탄소를 다시 지각으로 끌고 가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후손을 남기고 조용히 죽은 후 다른 동물의 끼니가 되는 모습은 웬지 처량해 보이지만, 사실 이것이야 말로 자연의 섭리일 것입니다. 죽음도 자연적인 순환의 과정일 것입ㄴ다.
참고
H. J. T. Hoving et al. Bathyal feasting: post-spawning squid as a source of carbon for deep-sea benthic communitie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017). DOI: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