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tists now believe the vampire bat may have adapted its diet over time to settle on blood—and by doing so gained an evolutionary advantage)
대부분의 박쥐는 과일이나 곤충을 먹지만, 일부 박쥐 가운데는 피만 빨아먹고 사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드라큘라 영화 때문에 박쥐하면 피만 먹고 사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사실 이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속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피는 이상적인 식품이 아니기 때문이죠. 비타민, 탄수화물, 식이섬유는 매우 부족하고 나트륨은 너무 많습니다. 따라서 생물학자들이 보기에는 이런 음식만 먹도록 진화한 것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
사실 절지동물이나 기생충 가운데는 흡혈 능력을 진화시킨 것이 다수 존재하지만, 포유류 가운데는 흡혈 박쥐 정도가 예외적으로 존재합니다. 코펜하겐 대학의 리잔드라 제페다 멘도사(Lisandra Zepeda Mendoza, a biogeneticist at the University of Copenhagen)가 이끄는 연구팀은 흡혈 박쥐의 일종인 Desmodus rotundus의 유전자 및 장내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조사해 이들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우리는 음식을 소화시키고 적절한 영양소를 공급받기 위해 장내 미생물에 의존하고 있는데, 박쥐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피를 소화시키는 능력은 박쥐만이 아니라 장내 미생물 역시 같이 진화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들이 피를 먹게 된 과정은 피를 흡혈하는 모기 같은 곤충을 잡아 먹는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며 점차 피에 특화된 포식자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피가 이상적인 식품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위한 적응 과정이 꽤 오랜 세월 걸렸겠지만, 일단 진화를 완료한 후에는 다른 비행 척추동물은 좀처럼 노리지 않는 먹이를 먹게 되므로써 독자적인 생존 방식을 구축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피를 먹는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댓가를 필요로 합니다. 피를 흡혈하는 과정에서 다른 생물의 바이러스 및 세균에 노출될 수 있으는데 흥미롭게도 흡혈 박쥐의 장내 미생물은 자신만의 항바이러스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흡혈 박쥐는 귀여운 생물체는 아니겠지만, 공진화의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모델로써 연구 가치가 있습니다. 물론 연구 때문이 아니라면 굳이 이런 생물체에 다가가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말이죠.
참고
M. Lisandra Zepeda Mendoza et al. Hologenomic adaptations underlying the evolution of sanguivory in the common vampire bat, Nature Ecology & Evolution (2018). DOI: 10.1038/s41559-018-04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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