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으면 당연히 살은 빠집니다. 에너지를 쓰기만 하고 들어오는 게 없다면 이자가 붙는 것도 아닌데 당연히 지방/단백질/탄수화물 형태로 저장된 에너지가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다이어트 하면서 겪는 일은 처음에는 빠르게 살이 빠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살이 아주 천천히 빠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열량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우리 몸이 에너지 긴축을 시행하는 것이 이유중 하나입니다. 기아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자연스런 반응이지만, 이것 때문에 결국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 기전을 이해하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캘리포니아 의과대학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School of Medicine)의 연구팀은 TANK-binding kinase 1 (TBK1)라는 효소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이를 Cell에 발표했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앨런 살티엘(Alan Saltiel, PhD, director of the UC San Diego Institute for Diabetes and Metabolic Health)에 의하면 비만에 의한 만성 스트레스는 NFKB pathway를 통해 만성 염증을 유발합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다른 유전자가 활성화되는데 그 가운데 TBK1 효소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TBK1은 다시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AMPK 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에너지 대사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이와 같은 기전으로 비만 환자에서 에너지 대사를 줄이기도 하지만, AMPK/TBK1 경로는 기아 상태에서도 활성화되어 에너지 대사를 더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한번 비만이 되면 체중을 쉽게 빼기 어려운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해줍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는 있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를 0으로 줄일 순 없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운동을 해서 강제로 에너지 소비를 늘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 결과와 무관하게 적게 먹고 많은 움직이면 결국 살이 빠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에너지 소비를 줄는 과정을 이해하면 이를 억제하는 약물을 개발해 더 효과적인 비만 치료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먹기만 하면 살이 빠지는 약물은 어려워도 더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가능하게 할 약물은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Cell (2018). DOI: 10.1016/j.cell.2018.01.007 , http://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18)3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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