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지진파가 밝힌 지구의 내부의 3차원 구조



 의사들이 초음파를 사용해서 환자의 몸속을 들여보듯이 지질학자 역시 지진파를 이용해서 지구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지진파의 이동속도는 물질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이죠. 이를 이용한 연구의 역사는 오래되었으며,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지구를 직접 쪼개보지 않고도 내부에 있는 맨틀과 핵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구 내부의 크기가 워낙 크다보니 지금까지 데이터를 모아서 하나의 지도로 만드는 일은 쉽게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의 지질과학자인 제론 트럼프(Princeton geosciences professor Jeroen Tromp)와 그의 동료들은 지각에서 1800마일(약 2900km)깊이에 있는 맨틀의 전체 지도를 3D로 작성하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했습니다. 

 전세계에서 수없이 발생하는 지진의 데이터를 모아 이를 분석해서 하나의 3D 지도로 만드는 일은 엄청난 데이터 연산을 요구하는 일이었기에 연구팀은 슈퍼컴퓨터 타이탄(Titan, http://jjy0501.blogspot.kr/2012/10/blog-post_4511.html 참조. 지포스 타이탄을 이용한 슈퍼컴퓨터)을 이용해 이 작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현재 미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 국립 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에 있는 타이탄은 초당 20경번의 연산이 가능한 슈퍼컴퓨터입니다. 연구팀은 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서 지진 규모(magnitude) 5.5 이상인 지진 3000 여개의 데이터를 모아 분석했습니다. 각각의 지진이 발생시킨 지진파의 기록을 세계 각지의 지진 관측소 기록과 대조해서 그 속도와 분포를 계산해 하나의 3D 지도를 만든 것입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만든 지진파 3차원 지도. Computer simulations use the speed of seismic waves from earthquakes to reveal the existence of subterranean structures. In this view of the mantle below the Pacific Ocean, slower waves are shown in red and orange while faster waves are shown in green and blue. The faster waves are associated with subduction zones where one tectonic plate sinks underneath another plate. Credit: Ebru Bozdağ, University of Nice Sophia Antipolis, and David Pugmire,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   


(깊이 389km에서의 상대적인 지진파의 속도. This map shows relative variations in seismic shear wave speed at a depth of 389 kilometers (241 miles). Blue colors denote faster than average wave speeds, and red colors denote slower than average wave speeds. Credit: Ebru Bozdağ, University of Nice Sophia Antipolis, and David Pugmire,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트롬프 교수는 자신이 프린스턴을 졸업했던 1992년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했다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재 슈퍼 컴퓨터의 강력한 연산 능력에 감탄했습니다. 지난 8년간에 걸쳐 연구팀은 여러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슈퍼 컴퓨터로 분석했습니다. 지금까지 지진파를 이용해서 한 지역의 3차원 구조를 분석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상세한 지구 전체 지도를 구한 적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연구팀은 의료용 CT 스캔과 유사한 방법으로 데이터를 분석해서 맨틀 전체의 3D 이미지를 얻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맨틀 전체의 CT 스캔 이미지인 CAT. Using a technique that is similar to a medical CT ("CAT") scan, researchers at Princeton are using seismic waves from earthquakes to create images of the Earth's subterranean structures — such as tectonic plates, magma reservoirs and mineral deposits — which will help better understand how earthquakes and volcanoes occur. The team is using the Titan supercomputer at the U.S. Department of Energy's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in Tennessee to map the entire mantle, creating a three-dimensional map of the Earth to a depth of 1,800 miles below the surface. Credit: Ebru Bozdağ, University of Nice Sophia Antipolis, and David Pugmire,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  

 앞으로 이 연구 데이터는 다른 지질학 관측 데이터와 합쳐져 지각과 맨틀의 구조를 상세하게 분석하고 이해하는데 사용될 것입니다. 지진파의 속도의 차이가 나타나는 지역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그 생성 메카니즘은 무엇인지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는 순수 과학적인 연구는 물론 더 정확한 지진 예측, 자원 탐사 등 여러 가지 유용한 목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진파의 속도가 평균보다 빠른 지역을 3차원적으로 나타낸 것. This three-dimensional image displays contours of locations where seismic wave speeds are faster than average. Credit: Ebru Bozdağ, University of Nice Sophia Antipolis, and David Pugmire,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참고 

 "Mapping tectonic deformation in the crust and upper mantle beneath Europe and the North Atlantic Ocean." Science 23 August 2013: Vol. 341 no. 6148 pp. 871-875. DOI: 10.1126/science.1241335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잘 쓰지도 않을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

R 스튜디오 설치 및 업데이트

 R을 설치한 후 기본으로 제공되는 R 콘솔창에서 코드를 입력해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게 하기 보다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R 개발환경인 R 스튜디오가 널리 사용됩니다. 오픈 소스 무료 버전의 R 스튜디오는 누구나 설치가 가능하며 편리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R을 위한 IDE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다운로드 받습니다.    https://www.rstudio.com/  다운로드 R 이나 혹은 Powerful IDE for R로 들어가 일반 사용자 버전을 받습니다. 오픈 소스 버전과 상업용 버전, 그리고 데스크탑 버전과 서버 버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오픈 소스 버전에 데스크탑 버전을 다운로드 받습니다. 상업 버전의 경우 데스크탑 버전의 경우 년간 995달러, 서버 버전은 9995달러를 받고 여러 가지 기술 지원 및 자문을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데스크탑 버전을 설치하는 과정은 매우 쉽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스톨은 윈도우, 맥, 리눅스 (우분투/페도라)에 따라 설치 파일이 나뉘지만 설치가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R은 사전에 반드시 따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R 스튜디오만 단독 설치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죠.   설치된 R 스튜디오는 자동으로 업데이틀 체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업데이트를 위해서는 R 스튜디오에서 Help 로 들어가 업데이트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업데이트 할 내용이 없다면 최신 버전이라고 알려줄 것이고 업데이트가 있다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R의 업데이트와 R 스튜디오의 업데이트는 모두 개별적이며 앞서 설명했듯이 R 업데이트는 사실 기존 버전과 병행해서 새로운 버전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입니다. R 스튜디오는 실제로 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버전을 지워줄 필요는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생대에 박쥐가 등장하면서 플로팔랑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