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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얼음 바다에서 살아남는 문어의 비밀 - 파란 피



 남극의 바다는 보통 생명체는 살아남기 쉽지 않은 극한적인 환경입니다. 물이 차기 때문에 산소가 풍부하게 녹는 장점은 있지만, 대신 너무 낮은 온도 때문에 대개의 생명체에게 매우 적대적인 환경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남극의 바다는 수많은 해양 생명체들의 보금자리입니다. 남극의 바다에는 극단적인 저온에 적응한 어류인 남극암치아목 (Nototheniodei)에 속하는 얼음 물고기(Icefish)를 비롯한 독특한 생명체들이 존재합니다. (  http://jjy0501.blogspot.kr/2013/04/icefish.html 참조)

 이런 생명체 가운데 문어도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 문어라고 하면 따뜻한 바다에 주로 사는 연체동물로 연상되기 때문에 남극 바다에는 이런 생물이 없을 것 같지만, 기이한 얼음 물고기와 함께 거의 0도에 가까운 저온에서 번성하는 문어들이 존재합니다.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의 올러만(Michael Oellermann from Alfred-Wegener-Institute, Germany)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연구했습니다. 

 얼음 물고기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차가운 바다에서 살게 되면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순환계에서 발생합니다. 통상적인 헤모글로빈은 이런 환경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거나 혹은 점도를 너무 높여 혈관을 막게 됩니다. 따라서 남극암치아목의 물고기들은 아예 헤모글로빈을 퇴출시키는 극단적인 진화를 이룩했습니다. (이 부분은 이전 포스트 참조) 

 하지만 문어 같은 연체동물은 혈액내에 헤모글로빈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들이 산소를 운반하기 위해 가진 것은 혈청소라고 불리는 헤모시아닌(Hemocyanin)입니다. 철 대신 구리를 이용한 헤모시아닌은 헤모글로빈에 비해서 산소와의 결합 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대신 일산화탄소와 결합하지 않기 때문에 일산화탄소 중독을 일으키지 않는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헤모시아닌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바로 색깔로 산소와 결합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색이나 산소와 결합하면 파란 색이 됩니다. 즉, 피가 파란 색인 셈이죠. 

 남극의 차가운 바다에서 번성하는 문어의 일종인 Pareledone charcoti은 다른 지역의 문어에 비해서 헤모시아닌의 농도가 40%나 더 높다고 합니다. 이는 얼음 물고기와는 다른 특징입니다. 


(남극에 서식하는 문어. Antarctic octopod Pareledone sp. Credit: Tomas Lundalv ) 

 연구팀은 이 문어를 따뜻한 바다에서 서식하는 문어 2종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0도에 가까운 저온에서보다 섭씨 10도 정도의 물속에서 남극 문어가 훨씬 효과적으로 산소를 운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즉, 남극 문어는 낮은 온도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헤모시아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헤모시아닌의 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이 문어는 남극의 차가운 바다에서도 산소를 운반할 수 있지만, 온도가 더 높을 때는 더 효과적으로 산소를 운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특징을 감안하면 남극 문어는 최근의 지구 온난화 추세를 쉽게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매우 추운 기온에 특화된 일부 생명체는 온도가 올라가면 멸종 위기에 놓이겠지만, 이 문어의 경우 좀 기온이 따뜻해져도 여전히 잘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상이죠. 

 물론 생물이 멸종하는데는 다른 요인도 있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남극 문어의 온도 적응력은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 사실 더 따뜻한 바다에서 살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뼈는 없는 물렁한 연체 동물이지만 적응력은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녀석이란 이야기죠. 


 참고 


Michael Oellermann, Bernhard Lieb, Hans O Portner, Jayson M Semmens and Felix C Mark , Blue blood on ice: Modulated blood oxygen transport facilitates cold compensation and eurythermy in an Antarctic octopod. Frontiers in Zoology 2015. DOI: 10.1186/s12983-015-009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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