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뇌졸중 이후 2차 손상을 막는 신약 후보 물질

 

뇌졸중은 어느 순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질병으로 심각한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 있고 생명을 건지더라도 평생 마비 같은 후유증을 안고 살아야 하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면서 혈류 공급이 끊기면 뇌 세포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기 때문에 가능한 빠른 처치를 통해 피가 다시 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뇌졸중: 뇌졸중 | 국가건강정보포털 | 질병관리청 (kdca.go.kr)

하지만 역설적으로 막혔던 피가 통하는 과정에서도 손상이 발생합니다. 혈류 재개(재관류, reperfusion) 과정에서 축적된 독성 물질(산화 스트레스, 염증 매개체 등)이 급격히 방출되어 2차 뇌 손상(secondary brain injury)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환자는 생명은 구했지만, 장기적인 신경 기능 저하(마비, 언어 장애, 인지 저하 등)를 겪으며, 사회적·경제적 부담이 큰 게 사실입니다.

노스웨스턴 대학 연구팀은 Dynamic Supramolecular Peptides (STPs)라는 새로운 치료 물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STPs를 개발하는 새무얼 스텁 (Samuel I. Stupp) 교수 연구팀은 2021년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에서 이 물질을 춤추는 분자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 STPs는 분자 간의 역동적 상호작용(dynamic self-assembly)을 통해 스스로 구조를 조절하는 지능형 나노 물질로 분자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춤추는" 것 같아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2021년 사이언스 논문에서는 척수 손상 모델에서 단일 주사로 마비 회복이 가능함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

하지만 척추나 뇌 안쪽으로 주사를 하는 것은 실제 치료 환경에서는 적용하기 불편하고 환자에게도 위험도가 높은 방식입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정맥 주사를 통해 동물 모델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 물질이 2차 손상을 막는 기전도 함께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재관류 시 방출되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예: TNF-α, IL-1β)과 산화물질이 신경세포를 파괴하는데, STPs는 항염증 작용을 통해 그 효과를 억제합니다. 또 STPs는 신경세포의 축삭(axon) 재생을 유도해 신경 회로 재구성(neural circuit rewiring)을 돕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STPs가 만드는 나노섬유 구조가 뇌의 외세포 매트릭스(extracellular matrix)를 모방하여 세포의 생존 및 성장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뇌의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 (microglia)가 활성화되어 치료제를 둘러싸는 것도 관찰됐습니다.

연구팀은 실험군에서 뇌 손상 부위 크기가 대조군 대비 40~60% 감소하고 염증 지표인 IL-6, TNF-α 수치도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신경세포 생존율이 증가했습니다. 연구팀은 7일 이내 특별한 부작용이나 독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이는 아직 동물 모델에서만 검증된 것으로 실제 사람에서의 임상 실험은 앞으로 많은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순조롭게 임상에서 효과를 임증해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는 뇌졸중에서 많은 환자를 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고

Toward Development of a Dynamic Supramolecular Peptide Therapy for Acute Ischemic Stroke, Neurotherapeutics (2026).

https://medicalxpress.com/news/2026-01-brain-preclinical.html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세상에서 가장 큰 벌

( Wallace's giant bee, the largest known bee species in the world, is four times larger than a European honeybee(Credit: Clay Bolt) ) (Photographer Clay Bolt snaps some of the first-ever shots of Wallace's giant bee in the wild(Credit: Simon Robson)  월리스의 거대 벌 (Wallace’s giant bee)로 알려진 Megachile pluto는 매우 거대한 인도네시아 벌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말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크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 3.8cm, 날개너비 6.35cm으로 알려진 벌 가운데 가장 거대하지만 수컷의 경우 이보다 작아서 몸길이가 2.3cm 정도입니다. 아무튼 일반 꿀벌의 4배가 넘는 몸길이를 지닌 거대 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가칠레는 1981년 몇 개의 표본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추가 발견이 되지 않아 멸종되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었습니다. 2018년에 eBay에 표본이 나왔지만, 언제 잡힌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벌은 1858년 처음 발견된 이후 1981년에야 다시 발견되었을 만큼 찾기 어려운 희귀종입니다. 그런데 시드니 대학과 국제 야생 동물 보호 협회 (Global Wildlife Conservation)의 연구팀이 오랜 수색 끝에 2019년 인도네시아의 오지에서 메가칠레 암컷을 야생 상태에서 발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메가칠레 암컷은 특이하게도 살아있는 흰개미 둥지가 있는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살아갑니다. 이들의 거대한 턱은 나무의 수지를 모아 둥지를 짓는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워낙 희귀종이라 이들의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동영상)...

몸에 철이 많으면 조기 사망 위험도가 높다?

 철분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미량 원소입니다. 헤모글로빈에 필수적인 물질이기 때문에 철분 부족은 흔히 빈혈을 부르며 반대로 피를 자꾸 잃는 경우에는 철분 부족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철분 수치가 높다는 것은 반드시 좋은 의미는 아닙니다. 모든 일에는 적당한 수준이 있게 마련이고 철 역시 너무 많으면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철 대사에 문제가 생겨 철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혈색소증 ( haemochromatosis ) 같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도 과도한 철분 섭취나 수혈로 인한 철분 과잉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철 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이야스 다글라스( Iyas Daghlas )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데펜더 길 ( Dipender Gill )은 체내 철 함유량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변이와 수명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48972명의 유전 정보와 혈중 철분 농도, 그리고 기대 수명의 60/90%에서 생존 확률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유전자로 예측한 혈중 철분 농도가 증가할수록 오래 생존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유전자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높은 혈중/체내 철 농도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높은 혈중 철 농도가 꼭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건강한 사람이 영양제나 종합 비타민제를 통해 과도한 철분을 섭취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쩌면 높은 철 농도가 조기 사망 위험도를 높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임산부나 빈혈 환자 등 진짜 철분이 필요한 사람들까지 철분 섭취를 꺼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연구 내용은 정상보다 높은 혈중 철농도가 오래 유지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본래 철분 부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낮은 철분 농도와 빈혈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

인슐린 주사 일주일에 한 번만 맞아도 된다?

   당뇨병은 관리가 까다로운 만성 질병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더 관리가 어렵습니다. 하루에 주사를 몇 번씩 맞아야 하면 찌르는 것도 고통이고 실수로 건너뛰거나 용량을 실수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특히 고령 환자의 경우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제약 회사들이 새로운 투여 방법과 인슐린 제제를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2상 임상 시험을 마친 노보 노디스크 ( Novo Nordisk )의 인슐린 아이코덱 ( icodec )은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장시간 인슐린 제제입니다. 아이코덱은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 것을 막는 변형 인슐린 분자로 혈액에서 알부민과 결합해 서서히 분리되기 때문에 한 번 주사로도 일주일이나 효과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장시간 작용하는 인슐린 제제의 경우 환자의 식사나 운동 같은 상황 변화에 인슐린 농도가 적절하게 유지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2상 임상시험에서는 247명의 당뇨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후 실험군은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코덱을 투여받고 매일 위약을 투여받았습니다. 그리고 대조군은 반대로 일주일에 한 번씩 위약을 투여받고 하루에 한 번씩 장시간 인슐린 제제인 란투스 (Lantus, glargine) 100U을 투여받았습니다.   26주에 걸친 임상 실험 결과 하루에 한 번 란투스를 투여받은 그룹이나 일주일에 한 번 아이코덱을 투여받은 그룹에서 특별한 합병증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혈당 조절의 지표인 당화 혈색소 (HbA1c) 농도 역시 아이코덱 그룹에서 1.33% 감소한 반면 란투스 그룹에서 1.15% 정도 감소해서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하루에 한 번 투여하는 대신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것이 더 편리하고 실수로 두 번 투여하거나 건너 뛸 위험성이 적을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 New England Jou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