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rence Reeves inspects trapped mosquitoes in the DeLuca Preserve. Credit: University of Florida)
쥐라기 공원 영화와 소설은 모두 한 가지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바로 공룡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DNA 같은 길고 복잡한 분자가 오랜 세월 보존되기는 힘들어서 이런 방식으로 공룡을 복원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모기에서 다른 동물의 DNA를 추출하는 일 자체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플로리다 대학의 로렌스 리브스 박사 (Lawrence Reeves, Ph.D., a University of Florida) 연구팀은 플로리다의 데루카 보호 구역 (DeLuca Preserve)에서 모기를 수집한 후 여기서 수많은 동물의 DNA를 확인했습니다.
보호 구역에 있는 많은 동물들은 대개는 사람을 피해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존재하거나 사람이 다가가면 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을 피하지 않더라도 가까이 다가가서 DNA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위험한 과정을 거쳐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모기는 성가시긴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사람보다 훨씬 안전하고 동물에 피해가 가지 않는 방식으로 피를 채취합니다. 따라서 모기를 채취해 DNA를 분석하면 보호 구역 내 동물의 분포 및 상태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실제로 2000마리 모기에서 혈액 샘플을 채취해 DNA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모기가 사람만 공격한다는 편견과 달리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를 가라지 않고 모든 동물의 피를 빨아먹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개구리부터 소까지 모기의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으며 심지어 거북이의 단단한 껍데기도 모기를 막아주진 못했습니다. (물론 껍데기는 통과 못하지만, 틈새와 머리 부분에서 흡혈할 기회가 많다는 뜻)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모기가 주변 생태계에서 동물을 모니터링 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계절적으로 이동하는 철새의 움직임이나 개체 수가 적은 희귀 동물의 상태를 간접적으로 살필 수 있는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모기에서 특정 동물의 DNA가 검출되지 않는다면 완전히 사라졌거나 개체 수가 크게 감소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인간의 눈에는 띄지 않더라도 DNA가 확인되면 잘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기의 생각하지 못했던 활용법인데, 그래도 인간에게 질병을 옮기는 점을 생각하면 인간과 가까운 곳에 서식하는 모기는 박멸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보호 구역이나 오지에서 새로운 과학 연구 및 야생동물 모니터링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5-12-echo-jurassic-mosquitoes-capture-entire.html
Hannah Atsma et al, Monitoring biodiversity and detection of diverse vertebrate species with mosquito blood meal analysis at the DeLuca Preserve, Florida, USA, Scientific Reports (2025). DOI: 10.1038/s41598-025-28062-x
Sebastian Botero-Cañola et al, A comparison of conventional methods and mosquito blood meal analysis to assess vertebrate diversity, Scientific Reports (2025). DOI: 10.1038/s41598-025-26514-y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