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인텔)
인텔이 흥미로운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실제로 작동하는 실물을 들고 나온 것은 아니지만, 14A/18A 공정에 포베로스 다이렉트와 EMIB-T 기술을 적용해 HBM 4/5까지 통합한 거대한 3D 패키징 칩을 만들 수 있다고 공개한 것입니다. 무려 12개의 직사각형 프로세서를 붙여 초대형 프로세서를 만들 수 있고 여기에 다시 EMIB-T 기술을 통해 수많은 HBM 메모리를 집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쇼케이스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실제 제온이든 아니면 GPU 간에 이 정도 크기의 3D 패키징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줄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텔은 타일 구조 아키텍처로 이동하면서 이미 사파이어 래피즈에서 HBM 메모리까지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긴 했으나 56코어에 불과한 코어 숫자로 128코어를 내놓는 경쟁자에 밀려 계속 시장 점유율을 잃었습니다. 이때 사파이어 래피즈는 타일이 4개 정도였고 EMIB로 HBM 메모리와 연결했었습니다.
이후 인텔은 복잡한 HBM 연결을 빼고 6세대인 그래나이트 래피즈에서 최대 48코어 XCC 타일을 이용해 128코어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E 코어만 사용한 시에라 포레스트를 통해 코어 숫자를 더 늘릴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 AMD는 단순히 CCD를 더 추가하는 방식으로 코어 숫자를 간단히 늘려나가면서 점점 더 시장 점유율을 늘려 나갔습니다. 사파이어 래피즈의 사례는 복잡한 3D 패키징이 아니라 단순한 방식으로 코어 숫자를 늘리는 게 실제 성능과 비용 통제 면에서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들고 나온 최신 미세 공정 (18A/14A) + 3D 적층(Foveros direct) + 고대역 2.5D 인터커넥트(EMIB-T) 조합은 다소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 가장 비슷한 구조를 적용한 폰테 베키오 GPU나 후속작들 모두 상업적으로는 실패한 점을 생각하면 인텔도 양산 못하는 기술을 누가 선뜻 도입하려 하겠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이게 성공을 거두려면 일단 인텔이 차세대 제온 프로세서에 이 기술을 사용해서 충분히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비용도 통제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이런 복잡한 3D 패키징 기술이 나온 것은 미세 공정의 한계로 더 복잡하고 큰 프로세서를 한 번에 생산하기 힘들어진 것이 중요한 배경입니다. 따라서 여러 개로 쪼갠 칩렛을 모야 하나의 거대 프로세서를 만드는 대안이 나왔는데, AMD는 기술적으로 단순하게 CPU와 L2/3 캐시를 모은 CCD를 I/O 다이와 함께 넣어서 에픽 프로세서를 개발했습니다. 최신 프로세서에 맞지 않은 원시적 구조 같아도, (그래서 인텔은 초기에 풀로 다이를 붙은 것 같다고 비웃기도 함) 매우 단순하고 문제가 생긴 다이만 교체할 수 있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인텔이 선보인 타일 기술과 포베로스 3D 적층 기술, 고대역 연결 기술은 EMIB는 속도가 더 빠른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개의 타일을 붙이는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하고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져 수율이 나쁠 수 있습니다. 결국 생산량은 줄어들고 비용은 크게 증가해 소비자용 프로세서처럼 차라리 작은 프로세서는 괜찮을 수 있어도 서버 칩에서는 제약이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텔이 공개한 슬라이드에 의하면 18A PT 후면 전력 공급 (BSPDN) 베이스 다이와 리본펫2와 파워 다이렉트가 적용된 14A E 로직 다이, 고성능 탑 다이 (Top die)를 포베로스 다이렉트로 3차원적으로 적층한 후 HBM4나 HBM5를 EMIB-T 기술로 24개 정도 연결해 엄청난 대역폭과 메모리 용량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패키징 방식으로 비용과 생산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다소 의문입니다.
따라서 인텔의 속내는 TSMC의 경쟁 기술인 CoWoS-L (16A 공정에 HBM4E 메모리 12개 조합)에 대해 우리는 더 크고 복잡한 것 만들 수 있다는 선언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가까운 시일 내로 이런 복잡한 조합으로 프로세서를 만들 회사는 인텔을 포함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내용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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