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ine a crocodile built like a greyhound—that's a sebecid. Standing tall, with some species reaching 20 feet in length, sebecids were top predators until they went extinct during the Miocene. Credit: Jorge Machuky)
현생 악어는 반수생 파충류이지만, 사실 악어의 친척 가운데는 아예 바다로 진출해 해양 파충류가 되거나 혹은 반대로 네 다리로 똑바로 서서 육지 파충류로 진출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현생 악어의 친척이지만, 후손 없이 사리진 이들 악어형류 (Crocodyliformes) 가운데는 생각보다 최근까지 살아남았던 그룹이 있는데 세베시드 (Sebecid)가 그중 하나입니다.
세베시드는 노토수키아 (Notosuchia)라고 불리는 멸종 악어형류의 일종입니다. 노토수키아는 쥐라기에서 백악기에 번성한 육지 파충류로 일부는 단단한 갑옷 같은 골판으로 지닌 것으로 유명합니다. 사실 중생대에는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를 지닌 공룡에 밀려 마이너 그룹이었으나 이들은 백악기 말 대멸종에서도 살아남아 일부 후손을 남겼습니다. 이 후손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를 지닌 포유류에 밀려나긴 했으나 세베시드처럼 살아남아 몸길이가 6m에 달하는 대형 포식자로 진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세베시드는 생각보다 오래 살아남아 1100만년 전 쯤 멸종했는데, 주로 유럽과 남미에서 화석이 발견됩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예상외로 카리브해 여러 지역에서 세베시드의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첫 발견은 10년 전쯤 쿠바에서 1800만년 전의 것으로 보이는 독특한 이빨 화석이 발견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푸에르토 리코에서 2900만년 된 이빨 화석이 발견되고 2023년에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이빨 뿐 아니라 척추 뼈 두 개까지 추가로 발견되면서 이 화석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확실해졌습니다. 바로 세베시드였습니다.
플로리다 대학의 라자로 비뇰라 로페즈 (Lazaro Viñola Lopez)가 이끄는 연구팀은 대안틸레스 제도 (Greater Antilles)에 세베시드의 마지막 생존자들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다른 대형 포식자들이 사라진 카리브해의 섬에서 최상위 포식자 자리를 차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 오세아니아 일부 섬에 살아남은 코모도 왕도마뱀처럼 상대적으로 대사율이 낮고 먹이를 적게 먹어도 되는 특징이 섬처럼 제한된 서식 환경에서 유리하게 작용해 다른 포유류 포식자들을 물리치고 최상위 포식자가 된 것입니다.
이번 발견은 과거 대앤틸레스 제도가 남미 대륙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가르랜디아 가설 (GAARlandia hypothesis)을 지지하는 결과로 해석됩니다. 3300만 년 전쯤 대앤틸레스 제도의 여러 섬은 지금보다 남미 대륙에 가까이 있었고 해수면이 낮아 육로로 이동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세베시드는 악어의 먼 사촌이지만, 이미 쥐라기에 육지 생활에 적응해서 네 발로 똑바로 서서 걸었기 때문에 수영 실력은 형편 없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이들이 카리브해를 헤엄쳐 건거 갔다기보단 육로를 통해 이동했고 대륙과 단절된 이후 다른 포식자들이 없는 환경에서 유대류처럼 진화해 생태계의 주요 포식자로 남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많은 종이 멸종해도 명맥을 이어간 유대류와 달리 이들은 결국 사라졌습니다.
이들이 좀더 살아남았다면 지금도 볼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인데, 왜 결국 멸종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 역시 궁금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5-04-giant-croc-carnivore-fossils-caribbean.html
https://en.wikipedia.org/wiki/GAARlandia
A South American sebecid from the Miocene of Hispaniola documents the presence of apex predators in early West Indies ecosystems,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2025). DOI: 10.1098/rspb.2024.2891. royalsocietypublishing.org/doi … .1098/rspb.2024.2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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