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tatoes with zebra chip disease show characteristic dark stripes that become more pronounced when fried. Credit: Fekede Workneh/Texas A&M AgriLife)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것은 사람만이 아닙니다. 모든 동식물이 각종 질병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특히 사람이 키우는 작물은 유전적으로 거의 비슷비슷하고 밀집해서 재배하기 때문에 전염병이 창궐하기 딱 알맞은 조건을 지니고 있습니다. 해충이나 잡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긴 했지만, 농작물에 감염되는 세균 역시 우리에게 적지 않은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식물 감염성 세균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거나 혹은 질병에 더 강한 품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 중 하나로 텍사스 A&M의 크란씨 만다디 교수 (Kranthi Mandadi, Ph.D., an AgriLife Research plant molecular biologist and professor in the Texas A&M Department of Plant Pathology and Microbiology) 연구팀은 시금치에 있는 항균 펩타이드인 디펜신 (defensin)을 연구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식물에 감염되는 세균에 대한 항생 물질은 식물에 있을 가능성이 제일 높습니다. 하지만 아무 식물에서나 항생 물질을 찾다가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인간이 오랜 세월 먹어서 안전성을 입증한 시금치에서 답을 찾겠다는 연구팀의 아이디어는 상당히 타당해 보입니다. 디펜신은 2021년 미국 EPA가 성인과 소아에서 섭취 시 안전성을 입증한 물질입니다.
연구팀은 두 가지 작물 질병에 대해 디펜신의 효과를 테스트했습니다. 첫 번째 목표는 오렌지나 레몬 같은 감귤류 (Citrus)에 녹색증 (citrus greening)을 일으켜 수확량을 떨어뜨리는 칸디다투스 리베리박터 아시아티쿠스 (Candidatus Liberibacter asiaticus) 입니다. 연구팀은 세균에 감염된 감귤류 나무에 디펜신을 사용할 경우 사용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해서 50% 정도 수확량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두 번째 목표는 근연종으로 감자에 얼룩말 칩 병 (zebra chip disease)을 일으키는 (사진으로 봤을 때 감자 안에 얼룩 무늬를 만드는 병으로 보임) 세균인 칸디다쿠스 리베리박터 솔라나세룸 (Candidatus Liberibacter solanacearum)입니다. 역시 이 세균에 감염된 감자로 실험 했을 때 디펜신은 감염병을 줄이고 수확량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디펜신이나 혹은 다른 식물 유래 항균 물질을 이용해 농작물 감염병을 치료할 수 있는 칵테일 치료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인체에 대한 안전성과는 별개로 환경에 또 다른 문제가 되거나 혹은 항생 물질 내성 세균의 등장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깁니다.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5-05-spinach-antimicrobial-peptides-crop-diseases.html
Carmen S. Padilla et al, Naturally occurring spinach defensins confer tolerance to citrus greening and potato zebra chip diseases, Plant Biotechnology Journal (2025). DOI: 10.1111/pbi.7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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