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hiocordyceps sinensis. Credit: L. Shyamal - CC BY-SA 3.0)
곤충의 사체에서 자라는 곰팡이인 동중하초는 오래 전부터 전통의학에서 약제로 사용해 왔습니다. 흥미롭게도 과학자들은 동중하초 가운데 박쥐나방 동중하초 Ophiocordyceps sinensis (혹은 Cordyceps sinensis) 에서 실제로 항암 물질을 찾아냈습니다.
동충하초에 있는 코디세핀 (Cordycepin)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뉴클레오시드 유사체 (nucleoside analogue)로 세포 안에서 아데노신 삼인산 ATP와 유사한 코디세핀 삼인산 (cordycepin triphosphate)으로 변형된 후 세포 내 신호 체계에 끼어들어 세포 증식을 방해하는 기전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상 세포보다 분열 속도가 빠른 암세포 증식을 막는 효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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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중하초를 먹으면 상당한 항암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뉴클리오시드 유사체들은 혈액으로 흡수되면 ADA라는 효소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분해되기 전에라도 암세포에만 흡수되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코디세핀의 치료 효과를 크게 높이기 위해 이 물질을 새롭게 개조했습니다. 옥스퍼드 대학과 바이오 의학 기업인 누카나 (University of Oxford, biopharmaceutical company Nucana)은 코디세핀 이 회사가 개발한 ProTide technology를 이용해 분해를 지연시키고 암세포에 더 잘 들어갈 수 있는 형태로 개조했습니다.
NUC-7738이라고 명명된 개량형 코디세핀은 본래 코디세핀보다 40배나 항암효과가 개선된 약물로 2021년부터 1상 임상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2상 임상 시험에서 다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12명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pembrolizumab 및 NUC-7738 병행 치료인 NuTide:701를 진행했습니다.
이 환자들은 PD-1 억제제 치료를 두 번 받은 환자들로 더 이상 치료법이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연구에 참가했습니다. 임상 시험 결과 참가자 가운데 75%인 9명에서 치료 반응이 보였으며 7명은 암이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5개월 이상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명에서는 55%까지 종양 크기가 감소하는 효과도 거뒀습니다.
이와 같은 성과에 고무된 연구팀과 누카나는 3상 임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신약 후보로 거론된 동중하초 기반 물질이 실제 임상에서 활약하는 날이 올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cancer/cordycepin-nuc-7738-anti-cancer-phase-2-t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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