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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만 먹고 사는 박테리아 발견


 

(A microscope image of chloroviruses attacking a piece of algae. Credit: Kit Lee and Angie Fox)

스스로는 생명활동이나 자기 복제가 불가능한 바이러스는 숙주세포를 감염시켜 증식합니다. 그런 만큼 광학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들이 훨씬 큰 사람이나 다른 다세포 동식물을 감염시켜 곤경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세균도 예외가 아니라서 세균의 가장 큰 천적이 바이러스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우리가 연못에서 물 한 컵을 뜨면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 있는데, 사실 이 미생물을 먹고 사는 바이러스는 그보다 훨씬 많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네브라스카-링컨 대학의 존 드롱 (University of Nebraska–Lincoln's John DeLong)과 그 동료들은 3년에 걸쳐 바이러스만 먹고 사는 세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연구팀은 단세포 조류 (algae)를 감염시키는 클로로바이러스 (Chloroviruses)를 연구하던 중 이 바이러스 주변에 섬모충 ciliate인 할테리아 Halteria가 항상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작은 박테리아는 연못에서 흔히 볼 수 있어 그 역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연구팀은 이 박테리아가 바이러스를 주식으로 삼을지 모른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실험실에서 검증했습니다.

연구팀은 클로로바이러스를 배양한 후 이를 할테리아와 다른 세균들에게 넣어 주었습니다. 대조군은 바이러스를 넣지 않고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이틀만에 바이러스가 있는 실험군의 할테리아는 15배나 증가한 반면 바이러스의 양은 100배나 감소했습니다. 이는 이 세균이 바이러스를 먹고 자란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보다 확실한 검증을 위해 연구팀은 바이러스에 형광 물질을 넣은 후 할테리아의 내부 소화기관이 염색되는지를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의심의 여지 없이 할테리아의 소화기관이 가장 먼저 염색됐습니다. 이는 이 박테리아가 바이러스를 먹는 (virovore) 생물체라는 이야기입니다.

연구팀은 작은 연못 하나에서 할테리아 같은 세균이 하루 10조 개 이상의 바이러스 입자를 먹어 개체 수를 조절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광합성 조류를 바이러스가 먹고 바이러스를 이 세균이 먹으면서 개체 수를 조절한다면 이들이 생각보다 지구 탄소 순환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이들의 역할에 대한 후속 연구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2-12-viruses-power-microorganism-growth-reproduction.html

https://newatlas.com/science/first-virovore-eats-viruses/

DeLong, John P., The consumption of viruses returns energy to food chain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22). DOI: 10.1073/pnas.2215000120. doi.org/10.1073/pnas.22150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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