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해수담수화 플랜트 집중된 걸프 지역의 생태계는 괜찮을까?



 ((a) Bathymetry of the Gulf region according to the GEBCO 2021 dataset. Elevation zero is marked in light blue, the −30 m isobath in dark blue. Existing and future (in construction, approved and planned by 2030) desalination plants impinging on the Gulf are marked, respectively by circles and hexagon markers. The marker area is proportional to the plant desalination capacity. Plants closer than ~10 km are represented as a single plant with the combined capacity. (b) Existing and future desalination capacity per country. Oman has been omitted because its desalination capacity in the Gulf amounts to only 5150 m3 day−1, with no plans for expansion. Data from2. Map produced with Python 3.10.6: https://www.python.org/. Credit: Scientific Reports (2022). DOI: 10.1038/s41598-022-25167-5)

우리나라에서는 페르시아만이라고 하고 중동에서는 아라비아만이라고도 하는 걸프 (Gulf) 지역은 중동 여러 산유국에 둘러 쌓여 있어 예로부터 긴장이 높은 지역입니다. 이 지역에서는 수많은 선박이 지날 뿐 아니라 각종 해양 석유 채취 및 관련 시설이 들어서 있어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도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변 국에서 흘러드는 강이 여기서 모이기 때문에 오염 물질의 농도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새로운 우려가 바로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나오는 고농도의 염수입니다. 주변의 국가들이 대부분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해수담수화 (탈염)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 있는 해수담수화 시설의 45%가 이 지역에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얕은 바다인데다 뜨겁고 건조한 사막 지역 한 가운데 있다는 지정학적 특징을 고려하면 지역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할 수 있습니다.

뉴욕 대학 아부 다비의 아라비아 기후 및 환경 과학 연구 센터와 물 연구 센터(NYU Abu Dhabi's Arabian Center for Climate and Environmental ScienceS (ACCESS) and Water Research Center)의 과학자들은 앞으로 기후 변화 및 2050년까지 예상되는 해수담수화 플랜트 용량 증가가 걸프 지역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도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물론 고농도 염수의 유입으로 인한 국지적인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걸프 지역 전체를 봤을 때 염도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페르시아만의 면적이 한반도와 비슷한 23만㎢에 달할 뿐 아니라 만 출구로 갈수록 수심이 깊어지는 구조로 밀도가 높은 염수가 밖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국지적으로는 고농도의 염수가 해양 생물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증기를 채취한다거나 혹은 아예 바다 내부에서 담수를 얻는 시스템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지만, 당장에는 거대 탈염 플랜트가 대세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면밀한 감시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2-12-team-environmental-effects-desalination-climate.html

Francesco Paparella et al, Long-term, basin-scale salinity impacts from desalination in the Arabian/Persian Gulf, Scientific Reports (2022). DOI: 10.1038/s41598-022-25167-5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