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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억제제 사용을 최소화한 이식 췌장 임플란트



 (The prototype NICHE implant, with a US quarter for scale – a mesh top on its inner reservoir allows blood vessels to grow into it. Credit: Houston Methodist)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 세포가 파괴되어 생기는 1형 당뇨는 주로 어린 소아 청소년기에 발병해 평생 지속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특히 아동의 경우 인슐린을 주사를 평생 맞아야 한다는 점이 매우 큰 스트레스인 점을 넘어 정상적인 성장 과정까지 악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췌장을 이식해주면 좋겠지만, 췌장 이식은 면역 억제제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습니다. 물론 이식 장기도 부족하긴 하지만, 어린 나이부터 오랜 시간 면역 억제제에 노출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휴스턴 메소디스트 병원 (Houston Methodist Hospital)의 연구팀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NICHE (Neovascularized Implantable Cell Homing and Encapsulation)라는 새로운 임플란트형 이식 췌장을 만들었습니다.

NICHE는 25센트 동전 정도 크기로 내부에는 췌장의 췌도세포 (islet cell)을 배양한 직사각형 모양의 용기와 소량의 면역 억제제가 들어 있는 U자형 용기 두 개로 되어 있습니다. 피부 밑에 이식하면 혈관이 췌도세포 조직으로 자라나 혈액을 공급하고 이 혈액에서 영양분을 얻은 베타 세포가 인슐린을 분비하는 원리입니다. 이때 당연히 인체의 면역 시스템이 임플란트 내의 외부 세포를 공격하려고 하지만, 면역억제제가 소량씩 계속 투여 되어 조직의 거부 반응을 막습니다.

이 임플란트의 장점은 면역 억제제를 매우 소량 사용하기 때문에 전신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주로 먹는 약인 면역 억제제는 전신에 작용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키고 정작 억제하고자 하는 이식 장기에 도달하는 양은 얼마 되지 않는데, 이 문제점을 극복한 것입니다. 물론 피부 아래 넣는 작은 임플란트로 이식 수술에 따른 부담이 없고 쉽게 교체가 가능하다는 점 역시 큰 장점입니다.

현재 개발된 프로토타입은 28일 마다 약물을 채워줘야 하는데, 150일간 특별한 부작용 없이 인체에서 혈당을 조절했습니다. 앞으로 실제 임상에서 사용하는 장치는 180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1년까지 리필 기간을 연장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인공 췌장이나 이식형 임플란트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당뇨의 완전 정복은 먼 미래의 일입니다. 현재 개발된 방법들은 조금씩 한계가 있거나 완전히 당뇨의 합병증을 막아주지 못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인류가 답을 알아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medical/niche-implant-islet-cell-transplant-diabetic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2-3562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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