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University of Tübingen)
현재 우리는 추운 겨울을 지내고 보내고 있지만, 난방이 잘 갖춰진 집과 따뜻한 의복을 통해 추위를 이기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십 만년 전 추운 북쪽 지대에 살던 인류의 조상과 그 근연 그룹인 호미닌들은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네안데르탈인과 그보다 더 오래전 호미닌, 그리고 이후 빙하기 유럽으로 북상한 현생 인류의 조상들은 추위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갖췄던 게 분명합니다.
과학자들은 그중 하나가 바로 동물 가죽으로 만든 의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불도 중요하긴 하지만, 사냥을 나갈 때는 따뜻한 의복 없이 빙하기의 추위를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빙하기 사이의 간빙기에도 겨울철 유럽은 매우 춥기 때문에 따뜻한 가죽옷의 존재는 생존을 좌우하는 요소였을 것입니다. 따라서 가죽을 벗겨 옷으로 만드는 손재주와 지능이 발달한 후 북위도 지역 진출이 이뤄졌다고 보는 설명이 타당합니다.
하지만 그 증거가 화석으로 남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동물 가죽옷은 화석으로 남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선사 시대 인류의 거주지에서 가죽을 벗긴 것이 분명한 동물 뼈 화석의 흔적을 발견해 간접적인 증거를 포착했습니다.
최근 독일 튀빙겐 대학 및 다른 연구 기관의 합동 연구팀은 독일 니더 작센 (Lower Saxony)주의 쇼닝겐 (Schöningen)에서 발굴한 동굴곰 (cave bear, Ursus spelaeus)의 발뼈 화석을 분석해 매우 정교한 절개 자국을 확인했습니다.
2만 4천년 전 유럽에서 멸종한 동굴곰은 주로 동굴에서 화석이 발견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쇼닝겐에서 발견된 화석의 경우 분명히 사람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정교한 절개 자국이 있었습니다. 보통 발바닥에는 먹을 고기가 많기 때문에 정성들여 절개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가죽을 벗겨내기 위한 작업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동굴곰은 겨울철 동면중에 정확한 종을 특정할 수 없는 호미닌 (아마도 네안데르탈인이나 그보다 더 오래된 부류)의 공격을 받아 죽은 후 고기는 식용으로 쓰이고 가죽은 옷감으로 활용되었을 것입니다. 겨울철 곰의 가죽과 털은 보온성이 매우 뛰어나 아주 위험한 사냥감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엔 꽤 인기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연구팀은 연대를 30만년 전으로 보고했는데, 이는 가장 오래된 가죽 이용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상태가 좋은 가죽을 얻기 위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죽을 벗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우연히 죽은 곰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냥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잠든 곰이라도 상당한 담력과 기술이 없으면 어려운 일입니다. 문득 이 시대에 우리가 태어났다면 생존 확률이 얼마나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2-12-humans-skins-years.html
Ivo Verheijen et al, Early evidence for bear exploitation during MIS 9 from the site of Schöningen 12 (Germany), Journal of Human Evolution (2022). DOI: 10.1016/j.jhevol.2022.103294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