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무부(US Department of Agriculture (USDA))가 사상 최초로 곤충에 대한 백신을 승인했습니다. 대상은 바로 꿀벌로 꿀벌에 생기는 세균 감염병인 미국부저병 (American foulbrood (AFB, Histolysis infectiosa perniciosa larvae apium, Pestis americana larvae apium))에 대한 백신입니다.
사실 가축에 접종하는 백신은 드물지 않게 있지만, 꿀벌에 대한 백신은 개발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곤충은 포유류나 다른 척추동물처럼 항체에 의한 면역 반응을 지니고 있지 않아 기존의 백신 기술로는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꿀벌이 면역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꿀벌이나 개미처럼 좁은 곳에서 수많은 개체가 모여 사는 사회적 곤충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면역력이 중요합니다. 과학자들은 작은 곤충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염성 세균과 바이러스, 기생충 감염을 막을 수 있는지 연구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획기적인 발견은 몇 년 전 헬싱키 대학의 과학자인 달리알 프레이탁 (Dalial Freitak, from the University of Helsinki)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연구팀은 난황을 만드는 핵심 전구 단백질인 꿀벌의 비텔로게닌 (vitellogenin)이 다음 세대에 면역을 제공해서 갖 태어난 애벌레와 번데기, 그리고 새로운 일벌들이 병원체에 감염되지 않게 막아준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사실 벌집에서는 병원체에 노출된 적이 없는 수많은 새로운 개체가 탄생하기 때문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한 후 면역을 획득하면 이미 늦습니다. 군집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아예 여왕벌이 새끼에게 면역을 제공해야 합니다. 아직 그 기전은 100%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꿀벌에 대한 백신은 여왕벌에만 제공해도 충분합니다.
이후 과학자들은 여왕벌에 대한 백신을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Dalan Animal Health에서는 마침내 미국 부저병을 만드는 Paenibacillus larvae 세균을 불활성화한 백신을 로열 젤리에 넣어 최초의 꿀벌 백신을 만들었습니다. 여왕벌이 이 세균에 대한 면역을 획득하면 비텔로게닌을 통해 그 새끼들도 면역을 획득해 애벌레와 번데기가 이 치명적인 세균 감염에 저항력을 지닐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미국 부저병이 발생하면 더 전파되지 않도록 벌집을 태워 없애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 백신이 꿀벌과 꿀벌이 꽃가루 받이를 해주는 식물의 희망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science/first-ever-honeybee-vaccine-approved-us-regulators/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