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전 독일의 의사였던 카를 라인홀트 아우구스트 분데를리히 (Carl Reinhold August Wunderlich)는 수많은 환자의 체온을 측정해 인간의 평균 체온이 섭씨 37도 정도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물론 많은 세월이 지나고 관측 기기가 더 정확해지면서 약간 낮은 쪽으로 수정되기는 했지만, 이 시기 단순한 체온계로 상당히 정확한 값을 알아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과학자들은 분데를리히의 측정값이 다소간의 오차가 있을 순 있어도 실제로 당시 측정했던 체온이 지금보다 약간 높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인간의 체온이 약간 낮아지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합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생활 환경의 변화와 위생의 개선입니다. 과거보다 각종 기생충이나 병원성 세균,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적다 보니 아무래도 염증도 낮아져 체온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여기에 실내가 따뜻하거나 적절한 온도로 유지되는 경우가 흔해지니 체온도 굳이 높아질 필요가 없어집니다.
여기에 더해 미시건 의대의 연구팀은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장내 미생물의 변화입니다. 장내 미생물은 염증 반응이나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체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연구팀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패혈증으로 중환자 치료를 받은 100명 이상의 환자에서 장내 미생물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본래 목적은 체온 변화와 패혈증 경과를 추적하기 위한 것이지만, 장내 미생물을 추가로 확인했을 때 연구팀은 분명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높은 체온 반응은 특정 미생물, 특히 Firmicutes 박테리아와 연관이 있었습니다. 이는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에서도 다시 검증되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점을 토대로 장내 미생물 구성이 체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사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인간의 유전자는 거의 변한 게 없습니다. 대신 위생, 백신, 항생제 같은 큰 변화와 식이 패턴의 변화가 우리의 몸에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장내 미생물 환경에도 큰 변화를 일으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변화가 우리 몸을 약간 더 차갑게 만든 것으로 생각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science/body-temperature-decreasing-gut-bacteria-respons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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