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반도체는 웨이퍼라는 지름 200, 300mm 원판에 미세 회로를 새긴 후 잘라서 사용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TSMC 같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들은 팹리스 반도체 제조사들과 웨이퍼 당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합니다. 물론 최신 미세 공정을 도입한 웨이퍼일수록 한 장에 가격이 더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탐스 하드웨어는 디지타임스 등의 보도를 인용해 TSMC의 3nm (N3) 웨이퍼의 가격이 2만 달러에 이르렀다고 언급했습니다. 참고로 5nm (N5) 웨이퍼의 가격은 1만6천 달러였습니다. 대략 25% 정도 더 비싸진 것입니다. N5와 비교해서 N3는 1.6배 정도 트랜지스터 밀도가 높고 같은 속도에서 25-30% 에너지 소모가 적거나 혹은 같은 에너지 소모에서 10-15% 정도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트랜지스터 밀도 증가가 60% 인 점을 생각하면 트랜지스터 당 가격은 내려갔지만, 비슷한 면적의 칩이라면 25% 정도 가격이 비싸진 것입니다.
계속해서 오르는 GPU 가격이나 슬금슬금 가격을 올리고 있는 CPU 가격을 생각하면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반도체 웨이퍼 가격은 공정 미세화와 함께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N7 (7nm) 공정의 경우 웨이퍼 당 1만 달러를 넘겼는데, 이는 N10 (10nm)의 6000달러보다 상당히 비싸진 것입니다. GPU처럼 큰 프로세서의 경우 엔비디아가 12nm나 8nm처럼 오히려 최신 미세 공정이 아닌 그 다음 공정을 사용한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입니다.
참고로 TSMC의 28nm 공정은 3000달러, 40nm 공정은 2600달러, 90nm 공정 웨이퍼는 2000달러 수준이었습니다. 2004년에 등장한 90nm 공정과 비교해서 3nm 공정은 성능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올라가긴 했지만, 대신 가격도 10배 정도 높아졌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이 이런 가격 폭등이 GPU 가격에 미친 영향입니다. AD 102 (RTX 4090) 칩의 경우 면적이 608㎟로 N5와 밀도가 같은 N4 공정 기준으로 300mm 웨이퍼에서 최대 90개 정도 나올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개당 가격은 178달러에 불과합니다. 다만 수율이 이보다 좀 낮을 수도 있고 패키징 과정에서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생각하면 실제 제조 단가는 그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1599달러에는 상당히 미달하는데, 메모리 및 PCB, 쿨러 등 여러 가지 비용을 생각해도 마진율이 제법 높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엔비디아나 다른 제조사들이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프로세서의 크기가 엄청나게 커지고 복잡해 지면서 칩의 개발과 설계에 상당한 R&D 비용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마진율이 낮은 편은 아니긴 하지만, 칩이 커질수록 제조 단가가 계속 증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3nm 이후 미세 공정 가격은 대체 얼마나 비싸질지 걱정됩니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너무 비싸지면 일반 소비자와 산업계 모두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와 함께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tomshardware.com/news/tsmc-will-charge-20000-per-3nm-waf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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