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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배양한 적혈구 수혈 테스트 시작



 (A microscope image of a red blood cell, grown in a lab. Credit: NHSBT)



(Flasks of the cell culture liquid, incubating red blood cells for transfusion. Credit: NHSBT)

수혈은 20세기 이후 수많은 환자들을 살린 의학 상의 중요한 진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혈액을 투여하는 일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남의 피가 내몸에 들어와도 문제가 되지 않는지 조사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설령 이 과정을 통과해도 100% 부작용이 없는 게 아닙니다. ABO 혈액형만 맞으면 수혈하는 경우는 사실 응급 수혈 이외엔 없습니다.

아마도 가장 큰 문제는 희귀 혈액형을 지녔거나 거부 반응이 있어 수혈이 매우 곤란한 경우일 것입니다. 맞는 피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끊임 없이 수혈을 받아야 하는 혈액 질환자나 백혈병 환자들도 자꾸만 남의 피를 받기가 부담스럽습니다. 결국은 항체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환자의 줄기 세포를 이용한 인공 혈액을 개발하기 위해 오랜 세월 연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줄기 세포는 쉽게 분리할 수 있어도 골수와 비슷한 환경에서 적혈구로 제대로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들이 적혈구로 분화하는 데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오랜 연구 끝에 브리스톨 대학을 포함한 영국 내 여러 기관의 과학자들은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1상 시험을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RESTORE 연구는 1단계에서 10명을 대상으로 5ml의 인공 배양 적혈구와 실제 혈액을 4개월 간격으로 투여해서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검증합니다.

참고로 적혈구의 수명은 120일 정도인데, 수혈받은 피는 나이든 적혈구도 섞여 있어 이보다 좀 더 짧습니다. 배양한 적혈구는 다 어린 적혈구이기 때문에 120일까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추적하기 위해 방사성 동위원소로 일부 적혈구를 표시해 놨습니다.

(동영상)

이번 연구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다면 앞으로 더 많은 피를 환자에게 투여하는 연구가 진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희귀 혈역형을 지닌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필요할 때 감염이나 부작용 걱정 없이 필요한 성분을 안전하게 수혈 받는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참고

https://newatlas.com/medical/first-human-patients-lab-grown-blood-cells-transfusions-clinical-trial/

https://www.nhsbt.nhs.uk/news/first-ever-clinical-trial-of-laboratory-grown-red-blood-cells-being-transfused-into-another-p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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