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백악기 초기 조류는 코가 좋고 눈은 나빴다



 (Artistic reconstruction of Jeholornis in life. Credit: Michael Rothman)



(Reconstruction of Jeholornis's skull, showing the bony rings around its eye. Credit: Han Hu et al)



(3D reconstruction of Jeholornis's brain. Credit: Han Hu et al)

초기 조류는 공룡과 현생 조류에 중간 쯤에 해당하는 뇌를 지니고 있었다는 증거가 나왔습니다. 중국에서 발견된 제홀로르니스 (Jeholornis)는 까마귀 크기의 원시적인 백악기 초기 조류로 1억2000만년 전 지층에서 많은 화석이 발견됐습니다. 제홀로르니스는 과일을 먹은 가장 오래된 조류의 증거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2851822691

옥스퍼드 대학의 한 후 (Han Hu)가 이끄는 연구팀은 제홀로르니스의 가장 완벽한 두개골 표본을 3D CT로 복원해 뇌의 형태를 분석했습니다. 제홀로르니스를 비롯한 중생대 원시 조류는 대부분 크기가 작고 뼈가 매우 가벼운 편이라서 사실 온전한 형태로 보존되는 경우가 드문 편입니다. 작은 머리는 대부분 압력에 의해 변형되어 본래 형태를 정확히 복원하기 어렵습니다.

연구팀은 가장 변형이 적게 된 화석 표본을 분석해 그 안에 들어 있는 뇌의 형태를 복원했습니다. 다행히 인간부터 도마뱀에 이르기까지 사지류의 뇌는 어느 정도 기본 형태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뇌실 안에 들어 있는 뇌의 모습을 복원하기가 쉬운 편입니다.

복원 결과 제홀로르니스의 뇌는 현생 조류와 파충류나 비조류 공룡의 중간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후각을 처리하는 부분의 크기는 큰 편인데, 시력을 담당하는 부분은 크기가 작았습니다. 이는 먹이를 찾을 때도 시각보다 후각에 의존했음을 시사합니다.

제홀로르니스가 살았던 시기의 열매들은 지금처럼 시각적으로 화려한 것이 아니라 복원도처럼 수수한 느낌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신 냄새를 통해 새나 동물을 유인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조류가 흔해지면서 더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는 시각적 효과가 중요해지지만, 아직 백악기 초기에는 이런 공진화가 덜 이뤄진 상태였을 것입니다.

연구팀은 제홀로르니스의 눈에 있는 공막 고리 (scleral ring)을 분석해 제홀로르니스가 밤보다는 낮에 잘 보였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현생 조류보다는 서툴지만 하늘을 날면서 먹이를 구하기에는 밤보다 낮이 더 좋은 환경입니다. 밤에도 사냥할 수 있는 부엉이 같은 조류는 상당히 나중에 등장하게 됩니다.

이번 발견은 제홀로르니스 같은 초기 백악기 조류가 현생 조류와 비조류 공룡의 중간 단계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으로 보여줍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화려한 색상의 과일이나 이를 먹는 새 모두 사실 오랜 공진화의 결과물인 셈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2-10-fossil-bird-skull-reconstruction-reveals.html

Han Hu et al, Cranial osteology and palaeobiology of the Early Cretaceous bird Jeholornis prima (Aves: Jeholornithiformes), Zo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 (2022). DOI: 10.1093/zoolinnean/zlac089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100 테슬라급 자기장 도달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 에서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장치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방법으로 자기력선의 밀도를 나타내기 위해 단위 면적당 자기력선의 수를 표시하는 단위인 테슬라 (T) 가 있습니다. (1T = 1Wb/㎡  웨버 (Wb) 는 자속의 단위)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MRI 의 경우 1.5 - 3 테슬라급의 강력한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들지만 과학 연구용으로 이보다 더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90 테슬라급 자기장에 이어 이번에 로스 알라모스 국립 연구소에서는 100 테슬라급인 100.75 T 를 실현 했다고 합니다.   이를 구현한 것은 18000 파운드 (8.16 톤 정도) 의 코일과 여기에 에너지를 공급할 1200 메가줄 (Megajoule) 급 모터 제네레이터등의 설비입니다.  (   The 1,200-megajoule motor generator that powers the magnetic pulse.  )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은  Quantum Phase transitions and new ultra high field magnetic states Electronic Structure determination Topologically protected states of matter  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수 T 급 MRI 만 해도 자기장의 힘이 엄청난데 100 T 라니 엄청난 자기장이네요. 이는 지구 자기장 세기보다 200만배 강력한 (물론 좁은 범위에서 작용하는 자기장이라 지구 전체...

고대 양서류 이야기 (2) - 악어를 닮은 거대 양서류들

  페름기에는 다양한 양막류가 진화해서 앞서 소개한 육상형 템노스폰딜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양서류는 본래 자신의 서식지인 물과 습지에서 여전히 번성을 누렸습니다. 당시에는 악어류 같은 대형 양서형 파충류도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와 비슷한 생태학적 지위는 여전히 양서류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 책인 포식자에서 비교적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여기에 대한 보충 설명입니다.  책 정보: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347200 Yes 24:  http://www.yes24.com/24/goods/58772859 11번가:  http://books.11st.co.kr/product/SellerProductDetail.tmall?method=getSellerProductDetail&prdNo=1977867160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34877825 교보문고: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70447988&orderClick=LAG&Kc= 인터파크 :  http://book.interpark.com/product/BookDisplay.do?_method=detail&sc.prdNo=279593764&sc.saNo=003002003&bid1=search_auto&bid2=detail&bid3=prd_img&bid4=001 영풍문고:  http://www.ypbooks.co.kr/book.yp?bookcd=100843205&gubun=NV ...

이빨이 다시 진화한 개구리

  ( CT scans of Gastrotheca guentheri skulls revealed what appeared to be identical rows of teeth on both the upper and lower jaws, which researchers later confirmed through dissection. Credit: Florida Museum/Daniel Paluh )  개구리는 2억년 전 진화 과정에서 이빨을 잃어버리고 큰 턱과 혀를 이용해 곤충 같은 작은 먹이를 잡아 먹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파충류나 포유류 같은 다른 사지류와의 경쟁에서 밀려 양서류가 쇠퇴하고 멸종하던 시기에도 개구리는 여전히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이빨이 없는 덕분에 큰 혀를 발사하기 편해졌을지는 모르지만, 이빨이 없으면 종종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씹는 대신 삼키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되지 않지만, 필사적으로 달아나려는 먹이를 잡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개구리는 이빨 같이 보이는 엄니 (fang)을 지니고 있으나 이는 사라진 이빨이 다시 난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이 진화한 것입니다.   이는 돌로의 법칙 ( Dollo's Law )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퇴화한 부분이 다시 생겨나지 않으며 대신 필요하면 다른 부분이 진화해 그 역할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가미가 사라진 사지 동물은 다시 물에 들어온다고 해도 아가미가 다시 생기진 않습니다. 대신 고래처럼 폐가 커져서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법칙엔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남미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개구리 중 하나인 구엔터 유대류 개구리 ( Gastrotheca guentheri, Guenther's marsupial frog, dentate marsupial frog)는 완전한 형태의 이빨을 지니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대류 개구리라는 명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