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렘데시비르 자체는 분명히 SARS-CoV-2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 효과가 있다?


 

(A colorized scanning electron micrograph of the SARS-CoV-2 virus. Credit: NIAID)



 첫 번째 코로나 19 치료제로 큰 관심을 모았던 렘데시비르는 사실 치료 효과가 탁월하지는 않아서 여러 임상 연구와 환자 치료 데이터에서 다소 애매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사망률을 낮춘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WHO 전문가 권고에서는 렘데시비르를 입원 환자 치료제로 권장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222149671482



 하지만 분명 렘데시비르 자체는 SARS-CoV-2 바이러스의 RNA 의존 RNA 중합효소 (RNA-dependent RNA polymerase (RdRp)) 작용을 방해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그 효과와는 별개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거나 경과를 크게 호전시키지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효과가 확실하다면 지금까지 발견을 못했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런데 매우 특수한 환자에서 렘데시비르가 매우 강력한 효과를 보인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제임스 타벤티란 박사 (Dr. James Thaventhiran from the MRC Toxicology Unit at the University of Cambridge)가 이끄는 의료진은 매우 특수한 코로나 19 환자 치료 케이스를 보고했습니다. 



 이 환자는 희귀한 면역 저하 질환인 X-연관무감마글로불린혈증 (X-linked agammaglobulinaemia, XLA)을 앓고 있는 31세 남자였습니다. X-연관무감마글로불린혈증은 쉽게 말해 항체가 잘 생성되지 않는 희귀 유전질환으로 당연히 면역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감염병에 취약합니다. 그런 환자가 코로나 19에 감염되었다면 젊은 나이라도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X-연관무감마글로불린혈증: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6043374&cid=51362&categoryId=51362



 이 환자는 발열, 기침, 구토, 오심 등의 증상으로 입원한지 19일만에 코로나 19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후 입원 30일에는 기존 증상에 호흡 곤란까지 더해져 산소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폐렴 역시 진행했는데, 임시 치료제로 사용한 하드록시클로로퀸과 아지스로마이신은 약간 경과를 호전시켰을 뿐입니다. 결국 입원 34일째는 기존 치료제를 중단하고 렘데시비르 10일 치료요법을 시행했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여하자 36시간만에 증상이 호전되고 산소 포화도는 올라갔습니다. 환자의 모든 염증 수치 및 경과과 호전되고 바이러스 수치도 감소하자 이 환자는 43일째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X-연관무감마글로불린혈증 때문에 항체를 제대로 생산할 수 없는 환자지만, 렘데시비르의 항바이러스 효과가 도움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과입니다. 



 이 환자는 퇴원 후 다시 증상이 재발해 54일째 재입원했는데, 이때도 코로나 19 양성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항체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바이러스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에도 다시 렘데시비르를 투여받았는데, 다행히 경과가 빠르게 호전되어 다시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이 환자는 첫 입원 61일째 렘데시비르를 다시 투여받은 후 64일째 바이러스 음성이 되었고 최종적으로 항체를 보충하기 위해 완치자 혈청을 투여받은 후 퇴원했습니다. 



 이 임상 증례는 정상 면역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 렘데시비르가 상당한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로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과는 별도로 면역 기능이 정상인 환자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이전 연구 결과와 상충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렘데시비르가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긴 하지만, 인간의 정상 면역 시스템보다 효과가 좋지 않고 더 중요하게는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렘데시비르가 특수한 환자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증례 보고 같습니다. 



 참고 



 Buckland, MS et al. Successful treatment of COVID-19 with remdesivir in the absence of humoral immunity, a case report. Nature Communications (2020). 14 Dec 2020; DOI: 10.1038/s41467-020-19761-2


https://medicalxpress.com/news/2020-12-remdesivir-highly-effective-antiviral-sars-cov-.html
라벨:

댓글

댓글 쓰기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통계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저도 통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쓰기가 다소 애매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올려봅니다. 통계학, 특히 수학적인 의미에서의 통계학을 공부하게 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도 비교적 흔하고 난감한 경우는 논문을 써야 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학문적 연구는 집단간 혹은 방법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려면 불가피하게 통계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분야와 주제에 따라서는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 논문에서는 통계학이 들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학과에서 통계 수업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학부 과정에서는 대부분 논문 제출이 필요없거나 필요하다고 해도 그렇게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대학원 이상 과정에서는 SCI/SCIE 급 논문이 필요하게 되어 처음 논문을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논문을 계속해서 쓰게 될 경우 통계 문제는 항상 나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히게 될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간혹 통계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는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통계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실력은 모자라지만, 대신 앞서서 삽질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입문자를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  사실 예습을 위해서 미리 공부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통계는 학과별로 다르지 않더라도 주로 쓰는 분석방법은 분야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은 자신이 주로 하는 부분을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통계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댓글 4개
자세한 내용 보기

9000년 전 소녀의 모습을 복원하다.

( The final reconstruction. Credit: Oscar Nilsson )  그리스 아테나 대학과 스웨덴 연구자들이 1993년 발견된 선사 시대 소녀의 모습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원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골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역의 테오페트라 동굴 ( Theopetra Cave )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대는 9000년 전으로 추정됩니다. 유골의 주인공은 15-18세 사이의 소녀로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으나 괴혈병, 빈혈, 관절 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녀가 살았던 시기는 유럽 지역에서 수렵 채집인이 초기 농경으로 이전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른 시기와 마찬가지로 이 시기의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을 것이며 평균 수명 역시 매우 짧았을 것입니다. 비록 젊은 나이에 죽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죠.   아무튼 문명의 새벽에 해당하는 시점에 살았기 때문에 이 소녀는 Dawn (그리스어로는  Avgi)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유골에 대한 상세한 스캔과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해서 살아있을 당시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모습은.... 당시의 거친 환경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긴 턱은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 대부분 그랬듯이 질긴 먹이를 오래 씹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하고 억센 10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는 점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이렇게 억세보이는 주인공이라도 당시에는 전염병이나 혹은 기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기 때문에 결국 평균 수명은 길지 못했겠죠. 외모 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당시의 거친 시대상을 보여주는 듯 해 흥미롭습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18-01-te...
댓글 쓰기
자세한 내용 보기

150년 만에 다시 울린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

  ( The katydid Prophalangopsis obscura has been lost since it was first collected, with new evidence suggesting cold areas of Northern India and Tibet may be the species' habitat. Credit: Charlie Woodrow, licensed under CC BY 4.0 ) ( The Museum's specimen of P. obscura is the only confirmed member of the species in existence. Image . Credit: The Trustees of the Natural History Museum, London )  과학자들이 1869년 처음 보고된 후 지금까지 소식이 끊긴 오래 전 희귀 곤충의 울음 소리를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프로팔랑곱시스 옵스큐라 ( Prophalangopsis obscura)는 이상한 이름만큼이나 이상한 곤충으로 매우 희귀한 메뚜기목 곤충입니다. 친척인 여치나 메뚜기와는 오래전 갈라진 독자 그룹으로 매우 큰 날개를 지니고 있으며 인도와 티벳의 고산 지대에 사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일한 표본은 수컷 성체로 2005년에 암컷으로 생각되는 2마리가 추가로 발견되긴 했으나 정확히 같은 종인지는 다소 미지수인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확실한 표본은 수컷 성체 한 마리가 전부인 미스터리 곤충인 셈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 형태를 볼 때 이들 역시 울음 소리를 통해 짝짓기에서 암컷을 유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고산 지대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낮은 피치의 울음 소리를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소리는 암컷 만이 아니라 박쥐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들은 중생대 쥐라기 부터 존재했던 그룹으로 당시에는 박쥐가 없어 이런 방식이 잘 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댓글 쓰기
자세한 내용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