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CC0 Public Domain)
장내 미생물은 숙주의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비만이나 당뇨 같은 대사 질환은 물론이고 심지어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될 정도입니다. 최근 일본 쓰쿠바 대학의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동물 모델을 통해 장내 미생물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정상 장내 미생물이 없는 실험 동물을 만들기 위해 우선 여러 개의 항생제를 사용해서 미생물을 완전히 파괴한 실험군 쥐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쥐를 정상 쥐와 함께 키우면서 같은 먹이를 주고 대사산물 (metabolite) 생성의 차이를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60가지의 정상 대사 산물이 실험군 쥐에서 부족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물질들은 장내 미생물이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을 분해해서 만든 것으로 사람에서도 일부 필수 영양소를 이렇게 장내 미생물을 통해서 공급받습니다.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을 없앤 쥐에서 뇌의 신경 전달 경로인 트립토판 - 세로토닌 경로 (tryptophan–serotonin pathway)가 차단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쥐들은 트립토판은 많아도 세로토닌은 거의 없었는데, 미생물의 도움을 통해 트립토판을 대사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 비타민 B6처럼 세로토닌과 도파민을 생성하는데 필요한 물질 역시 부족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렇게 장내 미생물이 없는 쥐와 정상 쥐의 수면 패턴을 조사했습니다. 연구 결과 미생물이 고갈된 쥐는 본래 야행성인 쥐가 활동해야 하는 낮 시간대에 렘 (REM) 수면 및 비렘 (non-REM) 수면이 증가했고 반면 본래 자야 하는 낮 시간대에는 비렘 수면이 감소했습니다. 당연히 수면/각성 사이클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런 비정상 수면 패턴은 정상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는 신경 전달 물질이 부족해서 생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연구는 정상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데 장내 미생물의 숨어 있는 역할을 조명했다는 데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은 식이 패턴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쩌면 식생활 패턴과 수면 패턴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결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장내 미생물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 패턴 (예를 들어 밤에 야식 먹기, 과식하기 등)은 당연히 수면 장애 및 소화 장애를 유발하게 마련입니다. 장내 미생물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은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 패턴이 수면 장애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Yukino Ogawa et al. Gut microbiota depletion by chronic antibiotic treatment alters the sleep/wake architecture and sleep EEG power spectra in mice, Scientific Reports (2020). DOI: 10.1038/s41598-020-76562-9
https://medicalxpress.com/news/2020-11-gut-microbes-ke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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