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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년 전 최강 포식자 아노말로카리스의 시력을 복원하다



 (An artist's reconstruction of 'Anomalocaris' briggsi swimming within the twilight zone. Credit: Katrina Kenny)




(The eye of ‘Anomalocaris’ briggsi. Left: complete fossil eye (scale bar is 5mm); middle: close-up of lenses (scale bar is 0.5mm); right: artist’s reconstruction showing the ‘acute zone’ of enlarged lenses, allowing it to see in dim light. Credit: John Paterson)




(The radiodont Anomalocaris, with its large stalked eyes, is considered a top predator that swam in the oceans over 500 million years ago. Credit: UNE)



 지금으로부터 5억 2천만년 전 캄브리아기 초기에는 이제까지 없었던 대형 포식자가 등장했습니다. 지구 역사상 최초의 최상위 포식자로 알려진 아노말로카리스 (Anomalocaris)가 바로 그들입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작은 크기지만, 당시 생명체의 크기가 작은 편이었기 때문에 몸 길이 1m 미만의 아노말로카리스는 당대 가장 크고 강력한 포식자였습니다. 



 아노말로카리스와 그 근연 그룹은 톱니 모양의 날카로운 이빨이 360도 방사형으로 나 있는 독특한 입 때문에 라디오돈트 (Radiodont, radiating teeth라는 의미)라고 불립니다. 라디오돈트는 멸종된 절지동물 내지는 절지동물 근연그룹으로 생각되고 있는데, 이런 형태의 입은 현생 절지동물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현생 절지동물과 매우 흡사한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작은 눈이 여러 개 벌집처럼 배열된 겹눈 구조라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아노말로카리스의 눈이 현생 곤충에 못지 않게 좋았다는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이전 포스트: https://blog.naver.com/jjy0501/100145471582



  뉴잉글랜드 대학의 존 패터슨 교수 (Professor John Paterson from the University of New England's Palaeoscience Research Center)가 이끄는 호주, 영국 연구팀은 호주 캥거루 섬에 있는 에뮤만 셰일 (Emu Bay Shale) 지층에서 보존 상태가 매우 우수하고 큰 아노말로카리스의 눈을 발견했습니다. 이 지층은 5억 1300만년 전으로 것으로 과거에도 매우 우수한 보존 상태의 아노말로카리스 화석이 나왔습니다. 



 이번에 분석한 눈 화석은 크기가 무려 4cm에 달하는 것으로 겹눈 가운데서도 매우 예외적으로 큰 것입니다. 연구팀은 겹눈의 큰 렌즈를 확인하고 이 눈이 빛의 양이 적은 깊은 바다에서 적응된 것이라는 가설을 주장했습니다. 현생 절지동물 가운데 갑각류의 일종인 단각목 (amphipod) 역시 비슷한 형태의 렌즈를 이용해서 깊은 바다에서도 빛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노말로카리스 브리그시 (Anomalocaris’ briggsi)는 깊고 어두운 바다에서도 잘 볼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눈은 크기에 비해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드는 장기이기 때문에 아무 이유없이 이런 눈을 진화시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연구팀은 아노말로카리스가 브리그시가 수심 1000m까지 꽤 깊은 바다에서 사냥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캄브리아기 초에 눈을 지닌 동물들이 등장하면서 포식자와 피식자 사이의 진화적 군비 경쟁이 일어났는데, 어두운 곳에서 볼 수 있는 큰 눈 역시 그래서 등장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먹이가 되는 동물이 어두운 심해로 숨자 포식자 역시 좋은 눈을 진화시켜 대응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발견은 단순히 큰 눈이 아니라 당시 역동적으로 진화하던 포식자 - 피식자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눈의 진화는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불린 5억년 전 동물군의 다양성에 크게 기여했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아노말로카리스의 눈은 이를 입증하는 좋은 증거 중 하나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0-12-incredible-vision-ancient-marine-creatures.html


John R. Paterson et al, Disparate compound eyes of Cambrian radiodonts reveal their developmental growth mode and diverse visual ecology, Science Advances (2020). DOI: 10.1126/sciadv.abc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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