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of the Matterhorn located in Valais, Switzerland. Credit: Wikipedia/Noel Reynolds.)
유럽 중부의 알프스 산맥은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지각이 충돌하면서 생긴 융기 지형으로 지반 융기 과정은 지금도 계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현재도 알프스 산맥이 계속해서 높아진다는 의미는 아닐 수 있습니다. 모든 산악 지형이 침식이라는 과정도 같이 겪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상승 속도를 알기 위해서는 융기 속도만이 아니라 침식 되는 속도까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침식 속도는 기후 변화에 따라 시기별로 다를 수 있어 정확히 측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스위스 베른 대학의 연구팀은 이 문제를 독특한 방법으로 풀었습니다. 연구팀은 베릴륨이 동위 원소인 베릴륨 10 (Beryllium-10)에 주목했습니다. 베릴륨 - 10 자체는 우리에게 별로 친숙하지 않은 동위원소인데, 자연적으로는 매우 높은 고산지대에 있는 석영 (quartz) 입자가 고에너지 우주선 (cosmic ray)에 반응해서 생성됩니다. 따라서 높은 지대의 침식 속도를 측정하는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베릴륨 10이 표면에 풍부하면 침식 속도가 느린 것이고 별로 없으면 침식 속도가 빠른 것입니다.
연구팀은 유럽 350개 하천에서 채취한 모래 시료에 있는 석영 입자 속 베릴륨 농도를 측정해 이 정도를 간접적으로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알프스에서 가장 빠른 침식 속도를 보인 지역은 스위스의 발레 (Valais)주였습니다. 그 속도는 1000년에 7500mm 정도였습니다. 반면 스위스 동부의 경우 1000년에 14mm로 극도로 느린 지역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상승 속도가 침식 속도보다 빨라 스위스 중부는 1000년에 800mm 정도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인간이 눈치채기는 쉽지 않지만, 100만년 정도 지나면 800m까지 높아질 수 있는 빠른 속도입니다.
물론 이런 침식 속도는 빙하기 같은 기후적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기 때문에 100만년 이상 같은 속도를 지닐 것이라고 추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현재도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합니다. 인류가 사라지고 난 먼 미래의 지구에는 지금의 히말라야 산맥보다 더 높은 알프스 산맥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참고
Romain Delunel et al. Late-Pleistocene catchment-wide denudation patterns across the European Alps, Earth-Science Reviews (2020). DOI: 10.1016/j.earscirev.2020.103407
https://phys.org/news/2020-11-swiss-alps-evidence-cosmic-ray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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