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ive to the Rocky Mountains, the Colorado potato beetle has now spread to many parts of the world, chowing potato leaves, costing farmers millions—and quickly overcoming most every pesticide thrown in its way. A new UVM study sheds light on how these insects become resistant so fast. Credit: Lily Shapiro)
콜로라도 감자잎벌레(Colorado potato beetle)는 우리에게 생소한 곤충이지만, 북미 지역에서는 매우 무서운 해충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미국 농부들은 1860년대 부터 이 해충을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살충제를 사용했습니다. 현대적인 살충제가 나오기 전부터 파리 그린(Paris Green)이라는 페인트를 이용해 콜라라도 감자잎벌레를 없앴는데, 사실 이 페인트의 성분은 구리와 비소 (Cu(C2H3O2)2·3Cu(AsO2)2)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콜라로도 감자잎벌레는 순식간에 내성을 키웠고 다행히 농부들은 다른 약물을 시도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이 벌레보다 사람에게 다행한 일이었는데, 만약 내성 없었으면 상당히 오랜 기간 구리와 비소가 포함된 감자를 먹을 뻔 했기 때문이죠. 아무튼 DDT가 개발되기 전까지 농부들은 비소는 물론 수은까지 써서 이 해충을 공격했으나 콜로라도 감자잎벌레는 매번 이를 이겨냈습니다. 물론 DDT를 포함해서 현대적인 살충제 역시 빠른 속도로 내성을 키워 농부들은 물론 과학자들이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습니다.
버몬트 대학의 욜란다 첸 교수(Prof. Yolanda Chen at the University of Vermont)와 그의 동료들은 화학적 생존 능력 최강자 중 하나인 콜로라도 감자잎벌레의 비결을 연구했습니다. 사실 곤충이나 세균, 바이러스가 내성을 진화시키는 것 자체는 당연한 일입니다. 매번 화학 물질을 사용해서 내성이 없는 개체는 죽고 조금이라도 내성이 있는 개체만 살아남으면 여러 세대가 지난 후에는 당연히 내성이 있는 후손만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진화의 원리는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살충제 모두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을 당혹시킨 부분은 콜로라도 감자잎벌레가 불과 두 세대만에 내성을 키운다는 것입니다. DNA의 변화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속도입니다. 연구팀은 DNA 메틸화 (DNA methylation)에 주목했습니다. 과학자들은 DNA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DNA에 발현에 영향을 주는 인자들이 변해서 마치 유전자가 변한 것처럼 작용하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후생유전학 (epigenetics)적 변화라고 명명했습니다.
후생유전학: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141443&cid=60266&categoryId=60266
연구팀은 콜로라도 감자잎벌레가 약간의 살충제 노출만으로도 민감한 DNA 메틸화 반응을 일으켜 다음 세대로 유전되는 내성을 발현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후생유전학적 변화는 이전에도 알려져 있지만, 콜로라도 감자잎벌레의 반응은 매우 빨랐습니다. 아마도 식물이 곤충을 막기 위해 자연적으로 지닌 생화학적 방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진화한 것으로 보이는데, 덕분에 콜로라도 감자잎벌레는 살충제에 매우 빠른 내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콜로라도 감자잎벌레를 제거하기 위해서 새로운 살충제를 계속 개발하는 것보다 천적 등을 이용한 생물학적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무튼 19세기부터 시도된 수은, 비소, 구리. 납 등 다양한 중금속을 감안할 때 오히려 내성을 빨리 키운 게 인간에게도 다행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꽤 바람직한 해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0-12-discovery-colorado-potato-beetles-pesticides.html
Kristian Brevik et al, Insecticide exposure affects intergenerational patterns of DNA methylation in the Colorado potato beetle, Leptinotarsa decemlineata, Evolutionary Applications (2020). DOI: 10.1111/eva.1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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