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는 더러운 환경에서 창궐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 세균이나 곰팡이가 많은 환경이 반드시 바퀴벌레에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바퀴벌레를 병원성 세균이나 곰팡이와 동급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굳이 분류하자면 바퀴벌레는 인간과 같은 다세포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병원성 세균이나 곰팡이는 사실 바퀴벌레에게도 위험합니다. 그럼에도 바퀴벌레가 번성한다는 이야기는 여기에 대한 내성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스페인 발렌시아 대학 - 국립 과학 연구소의 프란시스코 J 실바 (Francisco J. Silva, Institute for Integrative Systems Biology (I2SysBio), University of Valencia-CSIC, Paterna, Spain)가 이끄는 연구팀은 독일 바퀴벌레 (German cockroach (Blattella germanica))에서 새로운 항생 물질을 확인했습니다. 이전 연구를 통해 독일 바퀴벌레가 지닌 네 종류의 항생 물질 유전자(defensins, termicins, drosomycins, attacins)가 알려져 있는데, 연구팀은 여기에 블라텔리신 (Blattellicins)을 추가했습니다.
블라텔리신은 이전에 알려진 항생 물질에 비해서 비교적 큰 단백질로 글루타민과 글루탐산의 비율이 높은 새로운 항생 물질입니다. 이 물질의 기전은 아직 잘 모르지만, 아마도 장내 미생물의 생존과 영양소 이용을 돕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확실한 것은 이 물질이 다른 항생 물질인 아타신 (attacin)에서 유래한 것으로 바퀴벌레가 사는 환경에서 흔한 세균 및 곰팡이 감염을 막기 위해 진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바퀴벌레의 항생 물질을 연구하는 것은 단순히 바퀴벌레의 생태를 이해하고 이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사는 환경에 적응한 바퀴벌레가 만든 항생 물질은 새로운 형태의 항생제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과연 바퀴벌레가 뭔가 인간에게 도움이 될만한 일도 할 수 있을지 미래가 궁금합니다.
참고
https://phys.org/news/2020-12-gene-family-antimicrobial-proteins-german.html
Francisco J. Silva et al. Blattella germanica displays a large arsenal of antimicrobial peptide genes, Scientific Reports (2020). DOI: 10.1038/s41598-020-779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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