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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서 혈당을 조절하는 스마트 인슐린



 당뇨병의 치료가 매우 많은 발전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경우 상당히 번거롭고 위험한 것은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특히 체내에서 인슐린 생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인슐린을 계속 투여해야 하는 1형 당뇨 환자의 경우 다른 대안도 없는 상황입니다. 비록 인슐린 펌프나 기타 인슐린 투여를 돕는 장치들이 계속 개발되고는 있지만, 인슐린 용량을 환자가 조절해야 하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인슐린 투여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생체내에서는 혈당이 너무 오르면 인슐린이 분비되고 반대로 혈당이 내려가면 인슐린 분비가 줄어드는 대신 반대 작용을 하는 호르몬들이 분비되어 혈당을 조절합니다. 그런데 주사로 맞는 인슐린의 분비는 이런 식으로 조절할 수가 없습니다. 즉 인슐린 20U 을 투여하면 이게 혈당에 따라서 알아서 효과가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약효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해서 작용을 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인슐린이 부족해서 생기는 고혈당 문제나 인슐린의 작용이 과다해서 생기는 저혈당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간식을 먹으면 혈당이 오를 것이고 운동을 하면 혈당이 낮아지는데, 이것을 주사로 맞는 인슐린으로는 세밀하게 조절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따라서 지금까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유타 대학의 대니 추(Danny Chou, Ph.D., USTAR investigator and assistant professor of biochemistry at the University of Utah)와 그의 동료들은 Ins-PBA-F라고 명명된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 인슐린을 테스트 중에 있습니다. 이 인슐린은 혈당이 높을 때 선택적으로 활성화되어 환자가 조절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혈당을 조절하는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인슐린은 장기간 지속되는 형태의 인슐린에 phenylboronic acid (PBA)라는 화합물질을 결합시켜 평상시에는 작동을 하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이 인슐린이 작동을 할 때는 포도당이 PBA에 결합할 때입니다. 따라서 혈당이 높을 때는 포도당이 결합을 쉽게 해서 작용이 증가하지만 혈당이 낮을 때는 쉽게 결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슐린의 작용이 알아서 줄어듭니다. 



(University of Utah biochemists and fellow scientists have developed a smart insulin that self-activates in response to blood sugar levels. When blood sugar is high, the insulin becomes active, working quickly to normalize blood sugar levels. One injection of the smart insulin, called Ins-PBA-F, can repeatedly and automatically normalize blood sugar levels over a minimum of 14 hours in mice with a type 1 diabetes-like condition. Scientists are now developing the modified insulin into a therapy suitable for human use. Doing so would greatly improve the health and quality of life for diabetics. Credit: Matthew Webber)

 이 스마트 인슐린은 1형 당뇨병 모델 쥐에서 14시간 동안 혈당을 성공적으로 조절했습니다. 이 인슐린은 기존의 속효성 인슐린 보다도 훨씬 효과가 빠르면서 장기간 효능이 지속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에서의 결과를 토대로 인간에서의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1상 임상 시험을 2-5년 안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원리상 매우 획기적인 인슐린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루 1-2회 정도 인슐린 투여로 운동이나 식사에 구애받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당뇨 환자의 삶의 질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혈당 조절도 더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는 PNAS에 실렸습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1. Danny Hung-Chieh Chou, Matthew J. Webber, Benjamin C. Tang, Amy B. Lin, Lavanya S. Thapa, David Deng, Jonathan V. Truong, Abel B. Cortinas, Robert Langer, Daniel G. Anderson. Glucose-responsive insulin activity by covalent modification with aliphatic phenylboronic acid conjugat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5; 201424684 DOI: 10.1073/pnas.142468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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