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에서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태양 에너지를 생물 에너지로 바꾸는 일차 생산자입니다. 동물은 이 식물을 섭취해서 광합성 에너지의 일부를 자신이 사용하죠. 물론 초식 동물이 아니라 육식 동물이라고 해도 결국 한 두 단계를 더 건너뛰는 것일 뿐이지 광합성을 통해서 생성된 에너지를 섭취하는 것은 동일합니다. 일부 예외라고 한다면 열수 분출공에 있는 박테리아처럼 태양 에너지 대신 화학 에너지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일부 동물들은 광합성을 통해서도 에너지를 얻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산호로, 산호 자체는 동물이지만 체내에 조류(Algae)를 키워 이들로 부터 에너지를 얻는 대신 이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합니다. 항상 예외는 있는 법이죠. 그런데 이보다 더 충격적인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그 자체로 광합성을 하는 에메랄드 푸른 민달팽이(Elysia Chlorotica) 가 그 사례입니다.
(푸른 민달팽이. 해조류처럼 보이기 위한 위장을 하고 있는데, 사실 광합성도 같이 한다. The rich green color of the photosynthesizing sea slug, Elysia chlorotica, helps to camouflage it on the ocean floor.
Credit: Patrick Krug)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이 민달팽이의 주식은 조류(algae)입니다. 그런데 이 조류 중 일부가 민달팽이 안에서 다 소화되지 않고 민달팽이의 체내로 흡수됩니다. 이 때 흡수되는 것이 바로 엽록체(chloroplasts) 입니다. 놀랍게도 이 엽록체 중 일부가 소화되는 대신에 이 민달팽이의 체내에 남아서 광합성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엽록체는 소화기관의 세포로 들어간 후 민달팽이에게 광합성을 통해서 영양소를 공급하면서 장시간 생존합니다.
이와 같은 사실은 1970년대 처음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과학자들에게는 새로운 의문이 생겼습니다. 엽록체 같은 세포내 소기관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물질들을 계속 공급해 줘야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엽록체들은 민달팽이의 소화세포 안에서 보통 조류에서보다 더 긴 9개월 간 생존이 가능했습니다. 어떻게 그런일이 가능할까요?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의 시드니 피어스 교수(Sidney K. Pierce, an emeritus professor at University of South Florida and at University of Maryland, College Park)와 그녀의 동료들은 FISH 라벨링이란 방법을 이용해서 이 민달팽이가 먹은 조류인 Vaucheria litorea의 유전자 중 일부가 푸른 민달팽이로 전이되는 과정을 조사했습니다.
민달팽이가 식사를 하면 조류 세포는 파괴되지만 일부 DNA 는 플라스미드(plasmid) 형태로 살아남아 놀랍게도 민달팽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는 진핵 생물간의 DNA 교환 현상으로 부모에게 유전자를 물려받는 대신 다른 생물에서 전달 받기 때문에 수평적 유전자 전이(Horizontal Gene Transfer)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용어로는 Kleptoplasty라고 부릅니다.
연구팀은 라벨링한 유전자가 전이되는 과정을 추적해서 이 민달팽이가 먹이인 조류로부터 엽록체를 수리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유전자를 공급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중 일부는 자손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유전자 전이 방식은 앞으로 인간에서 유전자 치료에 응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광합성이 가능한 인간을 창조하려는 건 아니고 여러 가지 유전 질환을 조절하고 치료하기 위한 것이죠.
아무튼 자연계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독특한 생명체들이 참 많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Journal Reference:
- Julie A. Schwartz, Nicholas E. Curtis, and Sidney K. Pierce. FISH Labeling Reveals a Horizontally Transferred Algal (Vaucheria litorea) Nuclear Gene on a Sea Slug (Elysia chlorotica) Chromosome. Biol Bull, 2014 227:3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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