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하순, 한국을 덮친 대형 황사로 인해서 일부 시간대에는 1000 ㎍/㎥ 이 넘는 미세 먼지와 황사가 발생했습니다. 이 정도 수준의 황사가 발생한 것은 처음은 아니지만 서울에서 봄철이 아닌 겨울철에 생긴 황사로는 2002년 계기 관측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의 황사와 미세 먼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역대급 황사가 봄이 채 오기도 전에 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상 이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과연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황사가 생기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듯이 중국의 고비 사막 인근의 사막 및 건조지대에서 바람에 미세한 모래와 먼지가 날리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중국에서 발생한 막대한 미세 먼지가 합쳐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자와 후자 모두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전자의 경우 중국 북동부 지역의 가뭄, 사막화, 그리고 지구 온난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고비 사막처럼 이미 사막인 지역은 계속해서 황사의 공급원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점차 중국 북동부 지역이 사막화 하면서 황사를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의 면적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중국에서 우리 나라로 유입되는 황사의 근원, 2002년 부터 2014년까지 추적 자료. 출처 : 기상청)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존재합니다. 우선 이 지역의 가뭄이 점차 심해지고 있습니다. 가뭄이 심한 시기에는 특히 더 큰 황사가 발생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이야기죠. 이런 기상 이변은 점차 전 세계적으로 흔해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농업 용수, 공업 용수, 생활 용수등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하수와 강물을 끌어쓰는 정도가 커지고 있고 이로 인해 나머지 지역이 더 건조해 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중국 정부 역시 이 문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며, 현지 주민 역시 사막화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완전 사막인 지역에는 식목을 하기 힘들지만, 중국북동 지역에는 한해 강수량이 400mm 이상인 건조 및 사막 지대가 있기 때문에 여기에 나무를 심는 등 사막화 확산 방지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죠. 하지만 목축업, 특히 양 방목으로 인해서 이 지역의 초목들이 고갈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지구 온난화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황사 발원 지대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평소에는 눈으로 덮혀 있던가 아니면 적어도 땅이 얼어서 먼지가 쉽게 날릴 수 없던 겨울에도 황사가 발생하는 경우가 흔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2월 중순까지 측정한 기온에서 해당 지역의 온도는 평년보다 훨씬 높은 반면 강수량은 이전보다 적었습니다. (아래 사진 참조)
(2015년 2월 1일부터 19일 사이 평균 기온 및 강수량. 평년에 비해 고온 건조한 기후가 진행되고 있음. 출처: 기상청)
당연한 이야기지만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 역시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근원입니다. 왜냐하면 청정 연료보다 석탄 같이 가장 오염이 심한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죠. 중국의 한해 석탄 채굴량은 30억톤을 넘서섰고 이것을 변화시키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결국 비용을 추가로 부담한다면 공기질을 개선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시간은 오래 걸립니다. 당장에 모든 석탄 발전소에 매연 저감 장치를 하고 난방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일 수는 없기 때문이죠.
이렇게 생각하면 한동안 한반도는 황사의 영향 아래 놓일 수밖에 없지만 그 정도는 매년 일정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나라까지 황사의 영향권에 들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 조건이란
1. 발원지에서 먼지 배출량이 많아야 함
발원지에 강수량이 적고 증발이 잘 되며 풍속이 강한 기상조건(겨울과 봄)이 되고, 봄철 해빙기에 토양이 잘 부서져 부유하기 적당한 20㎛이하 크기의 먼지가 다량으로 배출(연 총 배출량의 반 이상)되도록 지표면에 식물이 거의 없어야 한다.
2. 발원지로부터 황사가 이동해 올 수 있도록 강한 편서풍이 불어야 함.
발원지의 동쪽에 위치한 우리 나라에까지 황사가 수송돼오기 위해서는 약 5.5km 고도 의 편서풍 기류가 우리 나라를 통과하여야 한다.
3. 상공에 부유 중인 황사가 우리 나라 지표면에 낙하하려면 적절한 기상 조건이 구비되어야 함.
수송된 먼지가 우리 나라 지표면에 낙하하기 좋은 기압배치는 고기압이 위치하여 하 강기류가 발생할 때이다.
(출처: 기상청)
를 말합니다. 즉 매년 이 조건들이 어떻게 들어맞는지에 따라 우리 나라에서 황사가 심한 해가 될 수도 있고 황사가 없는 해가 될수 있습니다.
발생된 황사는 30%가 발원지에서 재침적되고, 20%는 주변 지역으로 수송되며, 50% 정도가 장거리 수송되어 한국/일본/태평양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이때 20㎛보다 큰 입자는 대부분 조금 상승하다가 근처에 떨어지게 되지만 그 이하 입자는 높은 고도로 올라가 편서풍을 타고 동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불운하게 바람의 방향이나 다른 조건이 맞으면 한국으로 먼지가 유입되게 됩니다.
한국까지 날아오는 황사 입자는 당연히 대부분 미세 입자로 그 크기가 1-10㎛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1㎛ 입자는 수년까지도 공중에 부유할 수 있으며 10㎛ 수시간에서 수일 정도 공중에 부유할 수 있습니다. 불행히 이런 작은 입자가 바로 미세 먼지로 건강에 매우 나쁩니다. (이전 포스트 http://jjy0501.blogspot.kr/2013/12/Fine-Particle-Air-pollution.html 참조)
(중국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황사의 위성 사진 S2001080041432.L1A HJMS.ChinaDust md )
이미 중국에서도 체감하는 일이지만 황사의 정도는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황사의 발생 일수는 10년 단위로 누적해서 보면
1971-1980년 : 28일
1981-1990년 : 39일
1991-2000년 : 77일
2001-2010년 : 122일입니다.
역대 가장 강력한 황사가 관측된 흑산도에서는 2010년 3월 20-21일 사이 PM10 기준 2712㎍/㎥ 이라는 기록적인 농도가 관측되었으며 이후 전국 여러 곳에서 1000㎍/㎥ 이 넘는 황사가 관측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역대 가장 농도가 높았던 순위를 매기면 1위에서 15위까지가 모두 2000년대 이후였습니다.
이와 같은 추세는 앞서 본 이유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한동안 이런 추세가 크게 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겠죠. 사실 황사 피해는 중국의 동북부 지역 역시 심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 역시 식목 사업을 비롯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 역시 황사 예측도를 높이고 황사 예방을 위해서 중국 정부와 협력하고 있지만 갈수록 강력해지는 황사와 미세먼지 앞에서 아직까지는 속수무책입니다.
단시일내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이와 같은 문제를 10년 20년 후에도 계속 겪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현재 이를 해결하려는 장기간의 정책적 노력과 의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최소한 우리 다음 세대는 이런 문제를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 노력을 해야하겠죠. 특히 중국의 의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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