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면 많은 것들이 변합니다. 예전에도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이제는 주기가 훨씬 빨라져 몇 년만 흘러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정말 변하지 않는 것도 있게 마련이죠. 최근 연구에 의하면 놀랍게도 박테리아 역시 그럴 수 있다고 합니다. 시간에 따라 진화하는 생명체가 20억년 정도 거의 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UCLA의 윌리엄 쇼프 교수(J. William Schopf, a UCLA professor of earth, planetary and space sciences )와 그의 연구팀은 서부 호주 해안에서 18억년전에 살았던 황세균(sulfur bacteria)를 관측했습니다. 그리고 23억년 정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다른 황세균과 현재의 칠레 해안에서 발견되는 황세균을 서로 비교했습니다.
(18억년된 박테리아 화석을 가진 암석의 절편. This is a section of a 1.8 billion-year-old fossil-bearing rock. Credit: UCLA Center for the Study of Evolution and the Origin of Life)
황세균은 황 또는 무기 화합물을 산화시켜 에너지를 얻는 미생물로, 주로 오염된 토양, 진흙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세균이 등장한 것은 아마도 30억년 전쯤인 것 같은데 22-24억년전 지구 대기의 산소가 급격히 높아진 후 황 화합물이 풍부한 환경에서 번성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도 황 화합물이 많은 화산 지대나 바다 밑 진흙 같은 환경에서 번성하고 있죠.
연구팀은 라만 분광기(Raman spectroscopy, 화석의 성분 구성을 볼 수 있음)와 공초점 레이저 주사 현미경(confocal laser scanning microscopy, 화석을 3차원적으로 분석할 수 있음)을 이용해서 분석한 후 현재의 황세균과 서로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이 세균들이 거의 20억년간 별로 변한게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이 다윈의 진화론을 잘 보여주는 결과라고 쇼프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진화론에 의하면 생물체를 진화시키는 것은 바로 환경 변화입니다. 이 말은 다시 말해 환경의 변화가 없으면 진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의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해서 그런 환경에서만 살아가는 생명체는 몸을 크게 바꿀 이유가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살아있는 화석들이 그런 경우에 속하는데 이 황세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균이 추구하는 방향은 다른 생물체와의 경쟁보다는 황 화합물을 이용할 수 있는 특수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산소를 사용하는 다른 세균들이나 더 고등한 생물체와 다툼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이것 역시 훌륭한 생존 전략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쟁이 심하면 경쟁을 하지 않는 척박한 환경으로 옮겨서 적응해서 살면 되는 것이죠.
물론 이 결과는 실제로 세균의 DNA를 서로 분석해 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를 요하는 부분도 있지만 나름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경쟁해서 살아남는 것만이 생존의 지혜는 아니라는 것이죠.
참고
Journal Reference:
- J. William Schopf, Anatoliy B. Kudryavtsev, Malcolm R. Walter, Martin J. Van Kranendonk, Kenneth H. Williford, Reinhard Kozdon, John W. Valley, Victor A. Gallardo, Carola Espinoza, David T. Flannery. Sulfur-cycling fossil bacteria from the 1.8-Ga Duck Creek Formation provide promising evidence of evolution's null hypothesi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5; 201419241 DOI: 10.1073/pnas.14192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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