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단일한 형태의 기후 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의 제목은 잘못된 것일수도 있습니다. 제목에서 의도한 바는 바로 현재 지구 온난화를 예측하기 위한 모델들이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입니다. 물론 인간이 하는 예측은 아무리 정밀해도 실제 자연의 움직임과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약간의 변동성은 당연히 있게 마련이죠. 여기서 의미하는 것은 미래 기온 상승예측이 적정한지에 대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형태의 논쟁은 거의 모든 과학 분야에서 있게 마련이며, 결국 이를 통해서 과학이 더 발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의 차이 검증이 뜨거운 감자가 되는 부분이 지구 온난화입니다. 왜냐하면 이를 부정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죠. 예를 들어 지난 15년간 지구 기온 상승이 주춤한 지구 온난화 정체(Globla warming hiatus) 현상이 일어나자 기존 기후 모델에 대한 이들의 비판이 더 심해졌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를 근거로 지구 온난화는 없다라는 학계의 주류 이론과는 대치되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2005년과 2010년에 이어 2014년에는 새로운 온도 기록이 만들어졌고 2015-2016년 사이에는 더 높은 온도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되고 있어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 추세는 가라앉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과연 어느 쪽 의견이 옳을까요? 앞으로 지구 기온이 얼마만큼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은 아직도 타당할까요?
(2090년 지구 표면 기온 예측. Forecasts without systematic errors: climate models, such as the model MPI - ESM LR of the Max Planck Institute for Meteorology, predict a significant increase in temperature by the end of this century, especially at the Earth's poles. No model, however, has predicted the global warming hiatus which climate researchers have observed since the turn of the millennium. This, however, is not due to systematic errors of the models, but to random fluctuations in the climate system. The model predictions are therefore reliable, taking some statistical uncertainty into account. Credit: MPI for Meteorology / Deutsches Klimarechenzentrum (DKRZ) )
최근 독일의 막스 플랑크 기상학 연구소의 요헴 마로츠케(Jochem Marotzke, Director at the Max Planck Institute for Meteorology in Hamburg)와 영국 리즈 대학의 피어스 포스터 교수(Piers M. Forster, a professor at the University of Leeds in the UK)는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현재의 기후 모델들이 결코 인위적인 지구 온난화 추세를 과다 추정하지 않았다( models do not generally overestimate man-made climate change)는 점을 체계적인 통계 분석을 통해서 입증했습니다.
사실 자연은 주기적인 변동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엘니뇨와 라니냐의 주기적 변동은 5-6년 정도 주기로 미세한 온도 변동을 만들어 냅니다. 따라서 보통 가장 더운 해는 엘니뇨 극대기에 발생합니다.(참고로 2014년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엘니뇨 극대기가 아닌 해에 최고 온도 기록이 달성된 해입니다) 그외에도 지구에는 더 긴 주기의 온도 변동이 존재합니다. 빙하기와 간빙기의 차이 역시 그런 것이죠. 문제는 이런 자연적 변동성과 상승 추세가 합쳐지면 주가 지수의 변동 같은 복잡한 곡선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과연 지난 15년 정도 기간의 지구 온난화 정체기도 그런 변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연구팀은 IPCC가 참고한 114개의 기후 모델을 검토했습니다. 21세기가 시작된 지 15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지구 표면 기온은 0.06℃ 정도 상승했는데 이는 대부분의 기후 모델에서 예측한 것보다 다소 작은 수치였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락하거나 정체는 아니었습니다. 분명 상승했죠. 정체기란 표현은 상승폭의 둔화를 이야기하는 것이지 상승 하지 않아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1900 - 2012 년 사이 온도 변화를 검토한 연구자들은 이 데이터를 이용해서 114개 모델 시뮬레이션을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온도 변화와의 차이를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이 기후 모델들이 지구 기온의 상승은 물로 20세기초 잠시 있었던 온도 하강까지 대체로 정확하게 예측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물론 크게 봐서 15년 정도 기후 주기가 있는 것도 같이 확인했습니다.
(시뮬레이션된 1900 - 2012년 사이 지구 기온 This image shows retroactively simulated and observed 15-year trends of the global mean surface temperature since 1900. For each year from 1900 to 1998, the 15-year trend indicates how the temperature will change over the next 15 years. Between 1900 and 1914, it decreased for example, by about 0.09 degrees Celsius. For this first year, the models predict a weaker negative or even positive temperature trend ahead. The colour shading indicates - based on the available 114 simulations - the frequency with which a simulated temperature trend occurs for each start year. The circles represent the observed temperature trends. For 1998, the observed value is at the lower limit of the ensemble of the simulations. This means that between 1998-2012, the temperatures of the Earth's surface increased less significantly on average than predicted by climate models. Credit: Nature 2015/MPI for Meteorology )
시뮬레이션 결과는 기후 모델들이 극단적인 값을 가지는 경우에도 0.3℃ 이내에서 실제 기후 변동을 잘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위의 시뮬레이션 결과 역시 1950년대 이후 본격 상승한 지구 평균 기온을 잘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연구자들은 통계적으로 현재의 기후 모델들이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를 지나치게 과다하게 평가했다는 주장을 기각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연구자들은 왜 15년 주기의 변동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연구하지 않았지만 최근 분석은 바다가 그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목하고 있습니다. 즉 바다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는 주기에는 지구 표면 기온은 하강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그것이 옳다면 더 큰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 정상적으로 온도가 하락할 주기에도 실제로는 온도가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앞으로 더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 연구에서 현재의 기후 모델은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 같지 않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꼭 좋은 결과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21세기 후반 상당한 기온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죠.
미래는 우리가 지금 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긴 하지만 과연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참고
Jochem Marotzke & Piers M. Forster, Forcing, feedback and internal variability in global temperature trends, Nature, 29 January 2015; DOI: 10.1038/nature1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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